[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프로그램 책임교수

창조경제 시대다. 창조경제를 정의하는 방법은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은 같다. 산업경제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새 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중국 칭화대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중국 칭화대 편집위원

과거와 현재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올해 미래전략대학원프로그램을 개설한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미래전략대학원프로그램 책임교수)는 “모두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미래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학에서 학생은 스스로 근원적인 질문을 시작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죠. 연구·교수직으로 진출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내 아이디어로 창업해서 사업을 펼치는 것도 또 다른 미래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창조경제시대에서는 대학 연구실 책상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이 교수는 “지금 성공한 많은 벤처기업을 보면 모두 책상 하나에서 출발했다”며 “책상 하나하나가 모두 벤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본 대학 창업은 충분히 좋은 미래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걸림돌이 많다. 책상 창업 생태계 지원이 부족한 것이다. 가장 첫 번째는 산학협력이다.

“대학 교육이 산업현장과 연계돼야 합니다. 학생이 실질적인 산업현장 교육을 받는 것이죠. 최근 감소 추세인 산학협력 연구과제 장려책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이 벤처 창업현장 인턴을 하거나 견학을 가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대기업만 바라보는 학생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줘야 합니다.”

불필요한 규제는 아이디어 창출을 막는다. 창업 아이디어가 넘치는 대학·연구실 환경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대학·교수 평가제도가 개선돼야 연구실 창업이 장려 된다”며 “지나친 감사로 연구현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지나치게 신경 쓰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도 대표사례다. SCI에 얽매인 대학평가는 마치 나무를 잘 자리지 못하게 잡아두는 칡넝쿨 같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교수가 논문만 신경 쓴다면 학생이 창업을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다. 지식재산(IP) 본질 가치를 알려면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교수가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기 위해 IP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기술 평가제도가 대표적입니다. 평가가 제대로 된다면 창업을 위한 자본 조달이 쉽습니다. 기술을 담보로 융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창업 벤처가 코스닥에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신용 평가 전문 인력을 양성할 시점입니다.”

기술을 가지고 창업한 벤처, 창업을 준비 중인 아이디어가 성공적으로 사업화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 전문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창업투자회사는 창업자와 함께 동업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투자 후에도 지속적인 자문·지도·감독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투사 수준이 벤처 수준을 결정한다. 선결해야할 문제가 창투사 전문화다. 이 교수는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만 투자해야 벤처기업을 자문·지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는 도전이고 모험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도전한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실패에 대해 인색하죠. 실패에서 배운다는 인식을 조성해야합니다. 불성실한 도전은 제외하더라도 성실 실패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창업 활성화 방안입니다.”

성실한 실패에서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개인과 주식회사를 분리해 회사일로 개인이 보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성실 실패 인증제도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