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창조경제로 가는 `어두운` 한국, 그리고 `위대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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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 알카이비치에서 바라 본 석양의 다운타운은 특히 일품이다. 아름다운 만큼 운전해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이 필요한데 100달러나 들고 매년 업데이트 비용도 50달러가 필요하다. 캐나다 지도만 추가하는 데도 거의 내비게이션 값이 든다. 영화·드라마·음악을 자주 불법 다운로드 한 시애틀 시민이 20억원 규모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내비게이션(하드웨어)만 사면 무료 업데이트(소프트웨어)는 당연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사람만 오히려 고문관이 되기 일쑤인 우리와 대조적이다. 창조경제로 가는 길에는 무엇보다도 정당한 대가 지급과 이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필수다.

[미래포럼]창조경제로 가는 `어두운` 한국, 그리고 `위대한` 한국

우수 인력이 부가가치 높은 창조산업에 모여야 한다. 시애틀은 도시 규모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MS)·보잉·아마존닷컴·스타벅스·엑스피디어 등 글로벌 기업이 많다. 그 가운데 로망은 단연 MS다. 급여도 좋고 근무조건도 좋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왜곡된 갑을 관계에 우수 인력이 창조산업을 기피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프로젝트에서 보통 발주처는 명절을 끼게 되면 푹 쉬고 제안서 평가 작업을 하는 것이 편해서 마감을 명절 이후에 두기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제안사는 명절을 꼬박 반납하고 제안 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불경기보다 더 심각한 것이 왜곡된 갑을 관계임을 종종 목격한다.

창조경제로 가려면 `창발(창조 발상)`을 위한 기본적 시간이 필요하다. 시애틀은 미국 도시 치고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편이다. 생산 인력에 방해되지 않도록 출퇴근 시간대에는 대중교통 요금을 약간 더 받는다. 출근 시간대는 오전 6~9시로 우리와 비슷한 반면에 퇴근 시간대는 오후 3~6시다. 6시만 지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 뜸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을 많이 하기로 소문난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미국 도서관에 가면 영어나 수학을 무료로 가르치는 과외교사가 많다. 직장 다니기도 바쁠 텐데 굳이 돈도 안 받고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MS에 다니는 과외 교사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수입은 회사에서 충분하고 주당 4시간 정도 자원봉사를 해야 제가 행복합니다. 또 학창시절 배웠던 것을 가르치면서 소프트웨어 관련 `영감`까지 받곤 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시애틀 타이이중학교 교장을 만나 한미 입시제도 차이점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 있다. “미국 대학은 고교 학점도 중요하지만 예체능과 사회봉사 등 `조화로운` 학생을 선호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전인교육과는 또 다른 제도다. 당장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 수능 성적이 결정적이어서 이론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대학입시는 초중등 교육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우리도 창조경제로 가는 길을 활짝 열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토론식 교육을 강화해 창발 잠재력을 듬뿍 배양해야 한다.

인간은 항상 창조적일 수만은 없고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창조경제로 가는 길의 종착역은 실패도 용인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3M의 히트작인 포스트잇도 실패로 끝난 줄만 알았던 접착제에서 나왔다. 물론 그 실패가 고의인지 과실인지, 불가피한 실패였는지 등을 면밀히 판단해 보상체계에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정당한 대가 미지급, 우수인력 기피, 창발 여유 부족, 주입식 교육, 실패 불용 등 `어두운` 한국을 살펴보았다.

반면에 시애틀에 머물면서 창조경제로 가는 `위대한` 한국도 절실히 체험했다. 인터넷 사용시간과 접속 횟수 등 역동성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상상을 초월한다. 역동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명이 아닌 2억명 정도의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질곡의 역사에서 비롯된 `빨리빨리`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뉴밀레니엄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 산업의 원동력이 됐다. 방방곡곡 보급된 초고속통신망, 보편화된 무료 와이파이 등 탁월한 ICT 인프라와 대학 진학률 최고라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빠른 학습 등 모방 위에 창조하는 탁월한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위대한` 한국이 `어두운` 한국을 압도해 창조경제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려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할 날을 기대해 본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