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유럽연합(EU) 본부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38개국의 주미 대사관에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대사관은 사실 확인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1일 가디언은 NSA가 38개국의 미국 주재 대사관을 `표적(target)`으로 지정해 도청과 사이버 공격으로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이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기밀 문건에 따르면 표적 리스트에 적대국과 중동지역 국가 외에도 한국·일본을 포함한 최우방국이 대거 포함됐다.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등을 비롯해 인도, 멕시코와 중동지역의 우방인 터키도 들어 있었다. 단 영국·독일 등 일부 서부 유럽 국가들은 2010년 9월 자로 작성된 이 리스트에는 빠져 있었다.
이 사실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해당 내용 보도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내용은 확실치 않다”며 “이 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으며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 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안의 성격상 미국이 제대로 답변을 할지 여부와 보안 강화 등 별도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 대해서는 “우선 진위 확인을 강하게 요구 하겠다”고 답했다.
가디언이 공개한 이번 문건에는 스파이 활동의 목적과 방법도 담겨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다. NSA의 2007년도 문건에는 워싱턴DC의 EU 대사관을 겨냥한 염탐으로 대상국 내부 정보와 정책상 이견 등 회원국 간의 불화를 포착하려 한다는 목적이 제시돼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문건에는 EU 대사관의 `크립토 팩스`에 (장치를) 심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상용화된 암호화 팩스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는 언급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팩스는 각 대사관이 본국 외무부로 문서를 보낼 때 쓰인다. NSA는 이러한 도청장치 외에도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내 자료를 몰래 복사해오는 시스템도 이용했다.
작전명은 제각각이다. 유엔 EU 대사관을 겨냥한 작전은 `페르피도(Perpido)`라 불렀고 유엔과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사관 작전은 각각 `블랙풋(Blackfoot)`과 `워배시(Wabash)`, 워싱턴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에는 `브루노(Bruneau)`란 작전명을 붙였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