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 늦게 만화계에 뛰어들었지만 2년 만에 만화가로 데뷔하는 초고속 과정을 밟았습니다. `만화가`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집에서는 `직업`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직업 없이 계속 이상한 짓만 한다고 걱정하셨죠. 10년이 넘도록 생활고를 겪었습니다. 직업이 있었지만 백수인 셈이었죠.”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 은위)`는 관객 수 650만명을 넘었다. 웹툰 기반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찍었다. 그러나 웹툰 은위의 작가 최종훈씨는 인터뷰 내내 무덤덤했다. 영화 흥행으로 자신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재정문제는 조금 안정적으로 바뀌었지만 하루 15~17시간씩 앉아서 만화를 그리는 생활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며 “영화 흥행과는 상관없이 예전과 똑같이 만화를 그린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처음부터 웹툰을 그리지 않았다. 그는 출판 만화가 마지막 세대다. 그는 출판 만화를 그리다 웹에서 만화를 그릴 초기가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웹툰과 출판만화는 종목은 같지만 체급이 다른 경기”라며 “출판 만화에 특화된 기술과 공식을 버리는 것이 힘들었다”며 “웹툰에 맞춰서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날려가며 서서히 접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은위 시즌2를 10월부터 연재한다. 영화가 흥행하면 시즌2를 연재하겠다는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아무리 타율이 좋아도 늘 안타만 칠 수는 없다”며 “10여년간의 무명 시절 동안 많이 `말아먹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 잘 안되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연재 한 달 전부터 모든 연락을 끊고 연재에 집중할 계획이다.
긴 무명 시절이 단단한 내공을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역효과를 낸 적도 있다. 최 작가는 “워낙 돈이 없던 시절에 돈을 준다니깐 만화를 영화로 만들어준다는 계약서에 아무것도 모르고 덥석 사인하는 등 홍역을 몇 번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웹툰이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만큼 만화작가가 저작권을 공부하고 잘 알아본 뒤 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제작사라고 다 좋은 곳은 아니다”며 “영화 계약을 할 때면 원작자인 나만큼 콘텐츠에 목숨 거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사회는 만화의 저작권 개념이 엉망이라고 꼬집었다. 최 작가는 은위 캐릭터와 로고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에 항의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최 작가는 “은위가 흥행한 뒤 수많은 패러디물이 나왔다”며 “비상업적인 목적은 괜찮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은위 캐릭터나 로고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도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화가는 대중의 평가를 정확하게 받는 만큼 늘 일정한 돈을 벌 수 없는 직업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량이 꿈이었던 내게 10년이 넘는 가난한 무명 시절이 너무 길고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가로 성공할 확률은 정말 희박하고 이런 현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만화가 지망생에게는 비관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만화가가 될 사람은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무시하고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종훈 작가는 1999년 `아이큐 점프`에 단편 `킬러`로 데뷔했다. 2006년 인터넷에서 `샴` `해치지 않아` 등의 인기 작품을 연재했다. `향연상자`와 `해치지 않아`의 영화 판권도 이미 팔렸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