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예상을 뒤엎고 차기 국민은행장에 이건호 리스크관리 그룹 부행장을 내정했다.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 연기,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인사에 이어 KB금융지주까지 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지주는 갑작스레 계열사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열어 KB국민은행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 해당 계열사 주주총회에 기습 추천했다. 임영록 회장은 이번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 최대 관심이 집중된 국민은행장 후보에 이건호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선택했다.
이건호 행장 후보는 금융당국 고위관계자의 지지발언에 휩싸이며 노조의 반대에 부딪힌 인물이다. 당초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이 유력시 됐으나, 임영록 회장에게까지 관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행장 후보는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한 후 2011년에 국민은행으로 옮겨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맡아 왔었다. 사실상 국민은행에서의 경력은 2년이 채 안 된다.
KB금융은 17일 지주 부사장 등 임원 선정에 이어 밤늦게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선정을 발표하는 등 `야밤 도깨비 인사`로 구설에 올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임원 인사를 기습적으로 저녁 늦게 단행한 것은 외부 관심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술책”이라며 “이번 은행장 인사로 KB금융은 다시 한번 관치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탄식했다.
분위기가 악화되자 KB금융은 이건호 행장의 지원 사격에 나섰다. KB금융은 “이건호 행장 후보는 그동안 거론된 유력 후보군 10여명 가운데 주요 후보에 대한 심층적인 개별면접을 거쳐 국민은행의 침체된 조직문화를 개혁하고 2001년 국민·주택 합병 이후 지속된 채널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임영록 회장도 “이건호 후보가 국민은행의 최대 과제인 성장성 정체, 수익성 하락, 건전성 회복 지연 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조직 문화를 주도적으로 쇄신할 인사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KB금융은 이번 인사에서 계열사 10개 가운데 7개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조직 분위기 일신에 나섰다. KB국민카드 사장 후보에는 심재오 고객만족그룹 부행장, KB투자증권 사장 후보에는 정회동 아이엠투자증권 대표이사, KB생명 사장 후보에는 김진홍 전 국민은행 본부장을 선정했다. 또 KB자산운용은 이희권 현 KB자산운용 부사장, KB부동산신탁은 박인병 현 KB신용정보 사장, KB신용정보는 장유환 전 서울신용평가정보 사장을 각각 사장 후보로 올렸다.
KB투자증권의 사장 후보로 추천된 정회동 아이엠투자증권 대표이사는 LG증권 부사장을 거쳐 흥국증권 사장과 NH농협증권 사장 등을 역임한 증권전문가로 향후 증권업체 M&A 등을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정부 고위관료 출신인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내부출신 중용으로 노조를 달래면서 이 부행장의 행장 내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임영록 회장도 내정 당시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던 터라 이번 인사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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