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체 A사는 SAP의 넷위버 비즈니스웨어하우스(BW)에 저장된 일부 데이터를 추출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SAP 측에서 데이터 이동은 `불법`이라며 `SAP 오픈허브` 제품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허브 제품 가격은 7억원가량이다. A사는 `불법`이라는 말에 우선 프로젝트 추진을 잠시 보류했지만 SAP 측 주장에 납득할 수 없어 공식적인 항의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SAP 고객사들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례다. SAP 측에서 자사 BW 솔루션에 축적된 데이터를 다른 경쟁사 DB로 옮기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SAP가 이 같은 라이선스 전략으로 이탈 고객을 방지하고 제품 추가 구매를 유도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이 라이선스관리서비스(LMS)를 통해 추가 라이선스 구매를 유도해 왔던 영업 전략과 대동소이하다.
29일 SAP코리아 측은 `데이터를 추출해 SAP 넷위버 BW에서 제3자 대상시스템에 전송할 때 마다 SAP 넷위버 오픈허브를 라이선스해야 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고객들이 라이선스 계약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오해라는 입장이다.
SAP 측에서 추가 구매해야 한다는 `넷위버 오픈허브`라는 제품은 데이터 이동을 위한 일종의 미들웨어 솔루션이다.
SAP 한 고객사는 “마치 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다른 물통에 담으면 안 된다는 말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SAP 본사에 문의해도 로컬(한국지사)에서 확인해 줄 것이라는 답변만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사는 최근 SAP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려고 했지만 이 또한 `불법`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영업사원이 잘 모르고 한 말이라 본다”며 “ERP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드파티 업체가 개발한 제품은 모두 불법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국내 기업 가운데 불법으로 사용하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AP코리아 측은 “고객들이 라이선스 정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 고객들은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이 `불법 라이선스`를 무기로 영업을 자행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영업사원에 따라 라이선스 정책이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는 “한 제품당 사실상 300페이지에 달하는 라이선스 계약 내용을 어떻게 다 확인해 볼 수 있겠냐”며 “이러한 맹점을 외국계 기업들은 영업 전략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좀 더 똑똑해 지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당부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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