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 수출 실크로드]<1> 개도국 마케팅 총성 울린 환경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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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과 10월, 환경부는 민관합동 환경산업 사절단을 꾸려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를 연이어 방문해 중남미 신흥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15개 민간기업과 환경부, 외교부, 유관기관들이 함께한 사절단은 성공리에 중남미 환경시장 개척 임무를 완수했다. 코스타리카 보건부와는 양국 폐기물 관리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콜롬비아 쿤디나마르카주 자치지역환경청과는 환경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 진입하면서 보건과 환경관리에 관심을 갖는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을 향한 우리 환경산업의 기초 다지기가 한창이다.

환경산업기술원 해외진출 협력국가(이미지상 년도 표기는 모두 빼주세요)
환경산업기술원 해외진출 협력국가(이미지상 년도 표기는 모두 빼주세요)

◇1000조원 환경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다지기

세계 환경시장 규모는 약 1000조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300조원 규모인 반도체 시장보다도 3배나 많다. 환경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자원과 기술, 인력 등에 상관없이 국민의 보건과 질병예방 등의 차원에서 반드시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 분야로 성장성은 무한에 가깝다.

실제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을 어느 정도 마련하고 본격적인 산업 성장에 나서는 개발도상국가들이 환경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가지면서 연평균 8~9%에 달하는 규모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1000조원으로 추정되지만 개도국에서 시작된 환경 프로젝트 발주가 속도를 붙기 시작하면 그 성장세는 어느 산업보다 빠를 전망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환경산업 진출을 새로운 먹거리로 조준하고 있다. 그동안 발주금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환경산업에 소극적이었던 건설사들도 최근 환경 인프라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폐기물 처리, 상하수도 개설, 하천 복원 등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정부도 국내 환경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의 장을 마련하는데 여념이 없다. 올 4월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글로벌 그린 허브 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행사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수행하던 환경과 신재생에너지를 2012년부터 통합해 실시한 프로젝트 수출 상담회다.

올해 행사에서는 상하수도, 폐기물, 대기 등 환경 부문에 진출이 유망한 56개국 213개 발주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왔고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 273개의 환경 프로젝트가 발굴됐다. 수주 상담액만도 350억달러 규모였다. 불가리아와는 환경 분야 정보기술 및 경험 공유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국내 한 환경기업은 인도네시아 회사와 2000만달러 규모의 상수도 송수관 설치 계약을 체결하기도 있다. 여기에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과도 정부 고위급 논의로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기술부문에서도 많은 진화를 거듭했다.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으로 정수, 하수처리, 재활용 등 20개 핵심기술이 세계 15위권에 진입했다. 액상분사방식 초정공해 엔진, 전자산업 폐수 무해화 기술, 정수처리용 여과막 등의 기술은 1조5000억원의 효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폐자원 에너지화, 폐금속 재활용 등 고부가가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좁은 국내를 떠나 해외로

환경시장은 선진국들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일찌감치 환경산업에 나섰던 주요 선진국들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해 자국 기업의 개도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모든 환경기업을 대상으로 △환경원조 △환경기술 수출지원 △자금지원의 3대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개발에만 약 10조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유럽은 EU 국가 소속 환경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별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 500억유로에 달하는 연구개발 예산 중 환경부문 투자액이 16%에 달한다. 또 유럽의 강력한 환경보호정책은 보이지 않은 무역장벽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다른 국가들의 환경설비 투자를 유도해 자국 환경기업의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무역진흥회, 중소기업종합기구 등 총 20개 기관을 중심으로 정보제공, 자금지원 등 각종 환경산업 지원 정책을 유기적으로 운영한다. 특히 환경성 총괄하에 환경기술을 바이오기술, 정보기술, 나노기술과 함께 4대 중점투자 분야로 설정해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기술 역시 주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그동안 물·하천과 대기오염 개선작업과 함께 관련기술과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에도 국내 환경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 매출은 약 44조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 글로벌 경쟁력은 경험 부족으로 취약하다. 우리나라의 환경산업 수출액은 국내 환경산업 총 매출 대비 1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내 환경시장이 성숙 단계를 넘어 기존 기술과 산업으로는 더 이상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자원순환, 환경보건, 생물 및 기후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1200여개의 기술이 개발됐지만 이중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3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주도의 초기시장 창출이 필요하다. 환경산업은 그 특성상 그 나라의 규제와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민관이 협력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알제리 엘하라쉬강 복원사업과 가나 와(WA) 정수장 건설사업은 민관협력의 대표적 사례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알제리 수자원부와의 협의를 통해 엘하라쉬강 복원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했고 동 마스터플랜에 근거해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 동명기술공단, 하이엔텍, 한국바이오)이 2012년 6월 엘하라쉬 강복원사업을 5850억원에 수주했다. 알제리 측은 한국의 청계천 복원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한국과 우선 협상을 진행해 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한 사례로 향후 모로코, 리비아, 튀니지 등 신흥 북아프리카 환경시장에 국내 환경산업의 진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대고 있다.

가나 와(Wa) 상수도 개선사업은 한국수출입은행이 경제개발협력차관(EDCF) 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연계 지원하면서부터 본격 시작됐다. 사업은 민간에서 발굴한 사업을 정부 및 공공기관이 정책 지원한 사례로써 향후 민관 협력을 통한 아프리카에 추가 물 사업 진출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과거 선진국의 환경산업은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이후 시작된 반면, 지금 개도국의 환경산업은 경제성장과 함께 진행된다”며 “정부과 민간기업, 학계, 금융권 등이 다각적으로 연합해 가장 크게 성장할 미래 시장에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박스] 환경산업 히든챔피언이 개도국 시장 연다.

국내 환경산업에서도 대기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매출 상위 10%가 모두 대기업이고 이들 매출은 전체 환경시장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아성에도 해외시장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실력을 과시하는 환경 강소 히든챔피언들이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차세대 사업)`에 선정돼 자신만의 환경기술 연구개발을 성공한 상원기계가 대표적이다.

상원기계가 개발한 기술은 `수평분배식 축열연소장치기술을 이용한 VOC 무배출 친환경건조시스템`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친환경 도료 건조방법이다.

VOC는 도장(塗裝)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이 기술은 도장 건조로에서 발생하는 VOC를 친환경적으로 처리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건조로에서 VOC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설비와 에너지가 필요했으나, 이 기술은 건조로 자체에서 VOC를 열원으로 이용하면서 VOC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환경관리가 필요 없다.

도장 외에도 인쇄, 코팅, 고무, 식품, 폐기물 등 VOC를 발생시키는 모든 건조에 적용이 가능한 게 이 기술의 장점이다.

기술개발 후 초기에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환경산업기술원의 녹색기술인증제도를 통해 국내 및 해외 영업을 추진했고 지금은 미국, 중국, 일본, 멕시코 등의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해에는 이를 통해 112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상원기계는 창업 초기 15명의 직원과 5000만원의 자본으로 시작한 작은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온실가스 및 에너지 관리 전문기업인 에코센스도 환경산업기술원의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사업으로 온실가스·에너지 원격 측정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일본과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원격시스템은 온실가스 배출과 전력 사용량을 동시에 측정하고 PC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송수신할 수 있다. 기존 현장에 설치하던 계측기보다 비용은 90% 가량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뛰어나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일본 전기업체가 이를 도입해 일본 현지 전역에서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소에 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