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한번 내뱉으면 돌이킬 수 없는 말의 속성을 표현한 것인데요. 그만큼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자책 산책]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https://img.etnews.com/photonews/1312/506463_20131212103543_627_0001.jpg)
대인관계에서 말의 중요성은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사회적, 물질적 입지 형성의 발판이 되는 화술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의 비법을 알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될 책입니다.
이 책은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병원에서 목격한 한 사례가 그 질문을 낳게 된 시작이었습니다.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병원에 머물던 저자는 한 의사가 팔순을 훌쩍 넘긴 환자에게 `어르신` 대신 `김 부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노령 환자 상당수가 할아버지나 할머니라는 말보다 은퇴 전 사용하던 직함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환자에게 `김 선생님` `최 지점장님` 같은 호칭을 붙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상태가 몰라보게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언품`을 강조합니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언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 책은 화법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기술보다는 진심에 초점을 맞춥니다. 진정성으로 말하는 사람이 진정한 화법의 대가라 정의합니다.
대인관계에서 백 명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한 명의 적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 역시 강조합니다. 폴란드 출신 영화 제작자 새뮤얼 골드윈은 “인생의 기술 중 90%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자는 적을 만드는 화법과 동지를 만드는 화법을 `볼링 화법`과 `탁구 화법`을 대비해 소개합니다. 일방적으로 10개의 핀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볼링처럼 자기주장만 있는 화법이 볼링 화법입니다. 반면, 탁구 화법은 경청을 기반으로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나누는 대화법입니다.
일방적으로 내 의사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볼링 화법은 동지조차 적으로 만들지만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하는 탁구 화법은 적도 동지로 만듭니다. `액션`보다는 `리액션`을 중요하게 여기며, 비난보다 칭찬을 즐겨 할 때 우리는 누구라도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쉴 새 없이 쏟아낼 때보다 절제할 때 더욱 빛나는 게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말의 속성과 대화의 예의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덧 진정한 대화의 주도자가 되는 길은 상대를 진솔하게 바라보고 그만큼 나를 진솔할 때 표현하는 데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기준 지음. 황소북스 펴냄. 7800원.
제공:리디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