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비교체험을 했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한 최고급 스포츠카 `포르셰 파나메라 터보 이그제큐티브`와 털털거리며 세계를 돌아다니다 한국을 찾아온 50년 역사의 스포츠카 `포르셰 901`을 잇따라 만났다.
![[신차 드라이브] 포르셰 `파나메라` & `901`](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2/12/509455_20131212133338_698_0001.jpg)
◇포르셰 파나메라 터보 이그젝큐티브(Porsche Panamera Turbo Executive)
파나메라는 포르셰가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철학을 담아낸 4인승 차다. 뒤 트렁크쪽에 있던 엔진을 앞으로 옮기고, 트렁크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타 2인승 포르셰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다. 쿠페와 세단, 왜건의 장점을 두루 섞은 애매모호한 성격이 특징인데,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포르셰이자,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스포츠 드라이빙도 소화할 수 있는 차라는 점에서 충분한 매력이 있다.
파나메라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터보 이그젝큐티브는 포르셰다운 강력한 심장을 탑재하면서도, 럭셔리카의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허리를 길쭉하게 늘린 리무진 모델이다. 뒷좌석 레그룸을 넓혀 거주성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그래서 길이가 5m 하고도 165㎜나 된다. 현대 에쿠스 기본형보다도 5㎜ 길고 31㎜ 넓다.
그렇다 해도 포르셰는 포르셰. 그르렁대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고배기량, 고성능 차를 탈 때 특유의 긴장감이자 매력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4.8리터 V형 8기통 바이터보엔진이 내는 520마력의 강력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차다.
핸들링도 포르셰답지만, 차가 길고 무거운 물리적 특성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2톤에 조금 못 미치는 몸무게 탓에 대관령 와인딩 로드에서 시속 60㎞로도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가 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놓아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고 본격적인 와인딩을 시작했다. 7단 PDK 변속기가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며 엔진의 힘을 노면에 전달한다. 서스펜션이 스포츠카처럼 단단해지자 타이어 끌리는 소리가 덜 난다. 신기하다. 서스펜션이 차체를 얼마나 잘 잡아주느냐가 타이어 접지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금 체험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고속도로에서 가속감과 안정감은 놀라운 수준이다. 고급 세단(?)으로서의 면모를 충실히 갖췄다.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고성능차, 즉 그란투리스모(GT) 성격에 한층 더 다가갔다고 볼 수 있겠다.
◇포르셰 901(Porsche 901)
901은 코드네임이다. 1963년 처음 출시됐다. 지금 팔리는 911 카레라의 원형으로 꼽힌다. 엔진이 뒤에 있으며, 뒷바퀴를 굴리는 RR방식 차다. 얼마 전까지도 `포르셰 911 탄생 50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잔뜩 기대하며 만난 `901`은 털털거리는 소리가 매력이다. 시동 거는 거부터 요즘 차와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버튼 누르면 `부릉`. 이게 요즘 차다. 901은 `끼기기긱` 소리를 10초쯤 듣고 있어야 카랑카랑한 엔진소리를 들려준다. 온 몸으로 느껴지는 진동과 코를 자극하는 매연냄새 또한 901만의 맛깔이 아닐까.
안전벨트는 레이싱카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리고 모든 장치들이 기계식이지만, 달리기 실력만큼은 여전했다. 엔진 회전수가 3~4000rpm을 넘어갈 때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도 앞섰다. 그래도 역시 포르셰였다. 등 뒤에서 넘어오는 거친 엔진 사운드가 큰 매력이다.
901은 2.0리터 급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16.5㎏·m의 성능을 내는데, 숫자만 보면 요즘 나오는 국산 준중형차보다 못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 엔진룸을 열어봐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차가 50살이나 됐다는 점이다. 여전히 높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포르셰가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이, 철학을 담아 차를 만들어왔기에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선망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