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한해를 되돌아본다. 올해를 대변하듯 몇 개의 단어들이 머릿속에 맴 도는데 그 중 하나가 문화다. 글로벌 무역·투자 현장을 숨 가쁘게 뛰어 다니는 사람이 문화라니, 의아하게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다. 우리 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신흥 및 전략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남행북주(南行北走)했는데, 전시회나 박람회는 물론이고 정부인사와 기업인과의 면담에서도 문화라는 단어가 단골메뉴처럼 오르내렸다.
![[월요논단]상품과 서비스에 문화의 옷을 입혀라](https://img.etnews.com/photonews/1312/510354_20131215141019_122_0001.jpg)
문화를 자주 입에 올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무역·투자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우리 상품만 많이 팔려고 했다면 이제는 지속가능한 무역성장을 위해 쌍방향 협력교류에 나서야 한다. 협력교류에는 자본, 기술도 필요하지만 사람을 매개로 한 문화·예술의 접점을 넓혀야 효과가 크다. 그리고 제조업에서 서비스 분야로 수출상품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상품에 문화의 옷을 입힐 줄 아는 지혜가 요구된다. 그래서 올해는 전시회나 박람회가 열릴 때면 한국 고유문화와 예술을 정보기술과 융합,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려고 공을 들였다. K팝과 드라마 같은 한류를 상품 전시회에 접목하는 문화적 접근도 다양하게 시도했다.
문화·예술과 무역·투자의 접목은 낯선 시도였지만 바이어와 관람객의 뜨거운 반응을 대할 때마다 큰 성취감을 느꼈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시도를 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그런데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깨닫는다`는 말처럼 문화와 예술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고 그것을 기업 및 상품에 접목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개관 첫돌을 맞이한 KOTRA 오픈 갤러리의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1층 로비를 방문고객과 기업에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작가에게 전시장을 제공하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갤러리를 열었지만 처음에는 막연했다. 중소기업 제품을 오브제로 삼아 의욕에 찬 젊은 작가들이 참신한 작품을 전시하면서 미약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기치로 내걸었던 `기업과 예술의 만남`은 아직 먼 얘기였다.
그래도 더딘 걸음이나마 쉼 없이 내디뎠다. 중소기업과 한국적 소재를 오브제와 모티브로 삼은 기획전이 서너 차례 열었고, 한류 및 문화경영 확산을 위한 신진작가 공모전도 여러 번 개최했다. 또 이스탄불 한국 상품전을 비롯한 국내외 전시회 및 수출상담회 등에 이동 전시도 기획했다. 지난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렸고, 이제 KOTRA 방문객이 꼭 들르는 명소가 됐다. 문화경영에 대한 직원들 눈높이도 한 뼘쯤 자라고, 참가 중소기업도 상품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방법과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탐스러운 눈이 소복이 내려 쌓이던 며칠 전에는 조촐한 파티를 열어 오픈 갤러리 1년을 자축했다. 첫돌 잔치마냥 마음이 뿌듯하고 대견했다. 문화예술계 인사와 작가, 그리고 중소기업 대표를 초청했더니 이구동성으로 덕담을 들려줬다.
`오픈 갤러리야말로 창조경제가 이뤄지는 현장`이라고 추켜세운 분도 있고, 어느 중소기업 대표는 `산업안전 설비가 예술작품으로 변신한 모습이 놀랍다. 고정관념이 깨진 자리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우게 됐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에게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상품개발의 영감을 불어넣는 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이제 제품도, 서비스도 한국을 대변하는 문화 및 예술과 융합해야 경쟁력이 높아지고, 무역 2조달러 시대도 앞당길 수 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비즈니스의 영감을 얻고자 하는 분은 오픈 갤러리를 한번 방문하시길.
오영호 KOTRA 사장 youngho5@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