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류중희]<18>시니어 발명가의 힘 `드리프트`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에 또 한 명의 고수가 등장한다. 주인공 류중희 인텔코리아 상무는 지난해 인텔이 350억에 인수한 `올라웍스` 창업자다. 2006년 창업해 국내외 벤처캐피털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매각하는 등 스타트업 성장스토리를 쓴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현재는 엔젤투자자로 활동하며 기술 기반 스타트업 발굴·지원에 한창이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류중희]<18>시니어 발명가의 힘 `드리프트`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류중희]<18>시니어 발명가의 힘 `드리프트`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류중희]<18>시니어 발명가의 힘 `드리프트`

류중희 상무 출사표:서비스 기업이 대부분인 국내와는 달리, 해외는 아이디어와 발명에 바탕을 둔 기술 기업이 많다. 이런 기업을 소개해 훌륭한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는 경험 많은 발명가와 연구원이 용기 있게 창업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드리프트(Dryft)`는 올해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에서 2위에 오른 스타트업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 적용되는 키보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올해 창업해 아직 한 번의 투자도 받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생 기업이다. 현재 시제품을 완성하고 베타 버전을 배포해 서비스 고도화에 한창이다.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키보드 SW 기업이라니 특이하다. 서비스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류중희(인텔코리아 상무)=태블릿PC 사용에 가장 큰 불편함이 바로 문자 입력이다. 기존 자판은 오타도 많고 입력 속도도 느리다. 드리프트가 개발한 키보드는 일정한 위치에 고정돼 있지 않다. 손가락 대는 곳에 키보드가 나타난다. 손가락이 디스플레이에 닿았을 때 위치를 찾고 해당 문자를 인식하는 기술을 오래 연구했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지만 키보드 SW 분야 최고 기술력을 가졌다.

-정진욱=초기 스타트업 경쟁력은 창업자에서 나온다. 창업자는 누구인가.

▲류중희=롭 챕플리스키와 랜디 마슨은 키보드 SW만 30년 이상 연구한 전문가다. 둘은 2010년 `스와이프(Swype)`란 회사를 설립하고 스마트폰 키보드를 개발했다. 자판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고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와 구글 제품에 적용돼 로열티를 받았다. 그해 10월 뉘앙스커뮤니케이션가 1억250만달러(약 1084억 원)에 인수했다. 두 사람 모두 50대다. 스타트업 핵심역량이 전문성이라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 숙련된 인력이 중요하다. 노련한 전문가들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드리프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진욱=아직 정식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지만 예상되는 비즈니스모델은.

▲류중희=기업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모델이다.

-정진욱=드리프트를 추천하는 이유는?

▲류중희=한국 스타트업은 서비스만 노린다. 광고를 붙이고 아이템을 파는 게 전부다. 수익 내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대다수 사람이 공감하는 고민을 해결하는 기술이라면 하드웨어 기업이 기꺼이 사용료를 낸다. 삼성과 구글은 돈을 내고 스와이프를 썼다. 드리프트는 아이디어와 특허에 기반한 회사다. 우수 SW는 라이선스 수익은 물론 인수로 이어진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간단할 수 있다. 전문성 있는 스타트업이 충분히 해볼 만한 모델이다.

다른 이유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국내에서도 나오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올라웍스란 스타트업을 창업해 인텔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나는 발명가다. 발명가는 좋은 발명을 하기 위해 기업가정신을 키운다. 드리프트 역시 발명에서 출발한 기술 중심 스타트업이다. 두 창업자 모두 기업가보다는 발명가에 가깝다.

-정진욱=발명에 기반한 기술 스타트업이란.

▲류중희=아이디어만으로 존재 가능한지가 판단 기준이다. 페이스북은 아이디어 자체보다 이를 기술로 구현한 서비스가 핵심이다. 서비스가 돌아가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가치 없다. 이런 면에서 페이스북은 발명에서 출발한 기업은 아니다. 발명이 기초인 기업은 아이디어가 중심이다. 실행력과 서비스를 빼고도 기업 가치를 가진다. 아이디어를 특허로 연결하면 특허만으로 존재할 수 있다. 실행은 다른 기업이 하면 된다. 특허를 팔아도 된다. 애플 하청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이 등 SI업체는 직접 실행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 이들이 없는 것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진욱=발명에 기초하려면 발명가가 있어야 한다. 흔히 발명가라면 조금 엉뚱한 몽상가로 비치기도 한다. 발명 스타트업에 필요한 발명가는?

▲류중희=만화에 나오는 발명왕처럼 재밌는 걸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스타트업 발명가는 특정 분야에서 수십 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학부생과 박사가 할 수 있는 발명은 분명 다르다. 드리프트도 한 분야를 오래 연구한 장인의 아이디어로 창업했다. 발명은 기술과 배경을 모두 알아야 한다. 시장을 배제한 아이디어는 발명이 아니다. 성공한 발명가는 돈을 많이 번 사람이다. 아무도 쓰지 않는 걸 만들면 특허비만 아깝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발명가는 기술 기반 아이디어를 시장과 연결할 줄 알아야 한다. 기술과 비즈니스 영역을 넘나드는, 흔히 말하는 통섭형 인재다.

-정진욱=아이디어도 있고 비즈니스도 아는 발명가라면 굳이 팀을 이룰 이유가 있을까.

▲류중희=발명가 역량은 시장을 이해한 발명까지다. 팀을 꾸리면 가치가 높아진다. 스타트업이 아이디어와 실행력 모두를 갖는다. 특허 아이디어를 내부에서 찾고 실행도 직접 하면 기업 가치가 오른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1, 특허는 100, 스타트업은 10000이다. 기술 중심 스타트업은 3명의 키맨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찾고 특허를 내는 발명가, 이를 실행하는 개발자, 사업화할 비즈니스맨이다.

-정진욱=국내에서 기술 중심 스타트업은 매우 낯설다. 그 이유는.

▲류중희=삼성이란 아주 현실적인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발명은 해당 분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 이런 집단이 박사인데 창업 인식이 없다. 멋진 아이디어는 논문용으로만 쓰인다. 경영이 좀 부족해도 세계적 기술이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받고 인수도 가능하다. 올라웍스도 초기에 400만 달러 투자받고 인텔에 인수됐다. 우수 인재가 자극받기 힘든 환경도 문제다. 스타트업 행사와 인프라가 수도권에만 몰려있다. 정부 자금지원도 대학생 대상 소액이 대부분이다. 성공 가능성 높은 이들은 창업하지 않은 현 실태는 분명히 문제다.

-정진욱=발명가 역량을 키우려면.

▲류중희=연구중심 대학에서 제대로 된 교육받아야 한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체계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현재 박사 수준이라면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용자가 어떤 필요를 느끼는지, 어떤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발명에 관심이 있다면 오지랖도 필요하다. 스스로를 개발자, 디자이너란 한 가지 이름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진욱=한국이 발명가가 자라고 창업하기에 적당한 곳인가.

▲류중희=한국은 우수한 토양을 가졌다. 스마트폰 보급 빠르고 인프라도 좋다. 미국의 미래가 현재의 한국이다. 교육기관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개인의 발명을 실험해줄 기업이 많다. 투자 쪽도 기술 기업엔 투자 의지 많다. 다만 이런 기업이 없을 뿐이다. 창업 문화를 바꾼다면 얼마든지 좋은 발명에 기반한 기술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정진욱=기술 중심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해줄 만한 조언은.

▲류중희=발명에서 출발한 기업은 문제가 생기면 발명으로만 풀려고 한다. 발명은 상품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팔리는 것으로 만들까도 고민해야 한다. 발명에 너무 큰 가치를 두면 비즈니스에 실패한다. 진짜 비싼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나온다. 골방 아이디어가 아닌 시장에 밀착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정진욱=드리프트는 어떻게 성장할까.

▲류중희=스위프트와 같다. 대기업에 라이선스 팔고 장기적으로 인수될 거라고 본다.

-정진욱=마지막으로 드리프트가 시사하는 바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류중희=참신함과 연륜이 강점을 갖는 시장은 다르다.. 보편적 문제 해결에는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발명과 경험의 가치를 인식하자.

류중희 상무가 평가한 드리프트

드리프트 현황
(자료: 크런치베이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