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한복판에 해당하는 미드포인트에는 `네스트GSV`라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각국의 대기업과 정부 기관 등과 협력해 운영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션 센터와 공동 업무 공간,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영국 런던 시내에 자리잡은 스타트업 전용 공간 `캠퍼스 런던`은 각층마다 다른 스타트업 육성 기관이 맡아 운영한다. 지하에는 누구나 찾아 커피 한잔을 들고 노트북을 펴 일도 하고, 회의도 하며 사람도 만나는 카페가 있다. 낮에는 이스트 런던 지역을 오가는 벤처인들로 북적이고 밤에는 각종 네트워킹 행사가 이어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영국 런던, 대서양의 거리를 두고 떨어진 두 공간은 모두 현재 세계 스타트업의 화두 2가지를 함께 보여준다. 바로 `협업`과 `글로벌`이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투자자 등 업계 관련자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고 어울리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때로는 비즈니스나 투자로도 이어지는 공간이다. 함께 어울릴 때 더 많은 성취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충만하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캠퍼스런던을 비롯한 런던 테크시티는 실리콘밸리나 유럽·남미 등 해외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지향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세계 각지로 전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 런던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이스트런던 지역. 런던 올드스트리트와 퀸즈 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 사이에 걸쳐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예전 구로공단과 비슷한 지역이다.
2000년대 초반, 과거 섬유 공장이나 식료품 공장 등 전통적 제조업체들이 자리하던 지역에 기술 기반 IT업체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지금은 1300여개 기업이 모인 첨단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이 지역은 어느새 `테크시티`나 지역 중심가 순환 도로에서 이름을 딴 `실리콘 라운드어바웃`으로 불린다.
◇전통의 런던, 첨단 기술 도시로 바뀌다
소셜 미디어 관리 앱 트윗덱이나 소셜 음악 서비스 라스트에프엠 등 유명 스타트업을 비롯해 링크드인과 야머 유럽 본사 등이 이 곳에 모여 있다. 라스트에프엠은 미국 CBS에 2억8000만달러에 인수됐고, 트윗덱은 트위터에 인수되는 등 성공 사례가 잇따르면서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정부 지원 없이 업계의 자생적 활동만으로 세계적 수준의 창업 생태계가 꾸려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 기업이 모여들면서 엑셀러레이터 등 스타트업 지원 기관들도 대거 자리를 잡았다. 미국에서 출발한 테크스타즈나 유럽과 남미 지역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가 설립한 와이라와 같은 엑셀러레이터도 테크시티 지역에 자리잡았다. 탁 로 테크스타즈 매니저는 “지금까지 4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며 “영국은 북미는 물론 유럽 시장으로 나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라는 텔레포니카의 광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에 세계 시장에 접근하는 채널을 열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와이라 런던 오피스는 유럽 지역 스타트업이 스페인어권 시장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 도전하도록 지원한다. 세계 12개 국가에 300개에 가까운 기업을 지원한다. 5만유로까지 지원한다.
◇약동하는 런던 테크시티의 활기
인근에는 구글 지원으로 설립된 7층 건물 `캠퍼스런던`이 런던 스타트업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캠퍼스런던은 `협업`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공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7개 층을 시드캠프, 테크허브, 센트럴워킹 등 여러 스타트업 지원 기관들이 관리한다. 업무공간부터 네트워킹 이벤트, 교육, 컨설팅 등 모든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각 엑셀러레이터가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여 캠퍼스런던이 제공하는 업무 공간에서 함께 일한다. 각 층 업무 공간은 회사 간 구분 없이 개방적 구조로 이뤄졌다.
건물 지하의 카페는 런던 전역의 벤처인들로 늘 북적인다.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아이디어와 협력의 불꽃이 일도록 하기 위한 의도적 설계다.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코딩에 열중하는 사람,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로 분주하다. 한쪽 벽면은 공동창업자나 개발자를 찾는 구인 메모가 빼곡하다.
지난 한해 캠퍼스런던을 통해 274개 스타트업이 평균 7만5000파운드의 투자를 유치했다. 캠퍼스런던에서 열린 각종 이벤트 참석자는 연간 7만명이 넘었다. 구글에서 일하며 멘토 등 캠퍼스런던 지원 업무를 자원한 핀탄 길레스피는 “카페를 찾은 사람이 커피를 서빙하던 사람과 사업 이야기를 나누다 공동 창업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런던 스타트업 생태계의 약진은 전통과의 만남을 통해 이뤄지면서 더 눈길을 끈다. 테크시티는 영국 전통의 제조업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 공장이나 창고로 쓰이던 수십년 된 건물에 첨단 디지털 미디어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런던 동부 쇼디치 거리 랜드마크 `티` 빌딩이 대표적이다. 1930년대 건립돼 차와 베이컨을 만들고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다. 지금은 유명 광고대행사이자 스타트업 지원 기관 `마더` 등 디지털 미디어 분야 기업들이 모여 있다. 전통과 현대, 제조업과 디지털 미디어가 만나 `크리에이티브`를 뿜어내는 것이다.
영국의 영상·음악·패션 분야가 미디어 기술과 만나 트렌드를 선도한다. 옆에는 컨테이너 박스를 여러 개 가져다 첨단 패션과 트렌디한 제품을 소개하는 팝업 스토어로 꾸민 `박스파크`가 자리잡았다. 영국 정부는 무역투자청(UKIT)을 설립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창업 활성화에 나섰다. 애드리안 티퍼 선임 매니저는 “영국 정부는 테크시티를 통해 스타트업이 경제에 어떤 혁신과 성장을 갖고 오는지 알게 되었고, 이를 격려하고 육성하기 시작했다”며 “정부는 자금 지원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런던(영국)=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