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LTE-TDD 기지국 0%…통신장비 한국 마이너 전락 우려

삼성전자가 이달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 통신사에 기지국 장비를 단 한 대도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부터 통신장비 연구소와 생산설비를 중국 현지에 설립하는 등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차세대 통신장비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 진출의 물꼬를 트지 못하면서 네트워크 장비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와 삼성전자의 비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국 네트워크 장비산업의 정점에 있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진출이 좌절되면서 우리나라 정보통신(ICT) 장비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9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통신사 LTE-TDD 구축에 참여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12월 3개 통신사를 대상으로 LTE-TDD 서비스 허가를 내준 바 있다.

중국 LTE-TDD 인프라 시장은 약 5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차이나 모바일은 허가가 나기 전부터 화웨이, ZTE, 에릭슨, NSN, 알카텔루슨트 등과 함께 중국 전역에 LTE-TDD 망을 구축해왔다. 중국 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물량의 50%를 나머지 세 업체가 50%를 담당했다.

2, 3위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도 자국 공급사를 중심으로 에릭슨, NSN, 알카텔루슨트에 일부 구축 물량을 할당했다.

삼성전자의 중국향 LTE-TDD 기지국 수출 부진은 기술력에서 밀렸다기보다는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 규모의 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투자 대비 수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부 통신사 사업에는 아예 참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한 사장은 “중국 LTE-TDD 구축은 특수한 규격과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자금이 필요하다”며 “체급에서 밀리는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로서는 선택과 집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주로 국내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자체 개발한 4세대(G)이동통신 와이브로를 소재로 글로벌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시장이 LTE로 돌아서면서 동력을 잃었다.

국내를 토대로 한 성장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스페인, 유럽, 미국 등으로 조금씩 수출지역을 늘리고 있지만 대형 사업으로 분류되는 곳에서는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직 삼성전자 임원은 “글로벌 업체는 현지에 기 구축한 통신장비에서 나오는 운용비용 수익이 전체 매출의 30%에 이른다”며 “이를 기반으로 장비는 이윤을 남기지 않고 공급하고 운용 비용 등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치되면 10년 가까이 유지되는 통신장비 사업 특성상 공급가는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운용에서 이익을 남기는 비즈니스가 가능한데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 체인(chain)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와이브로 장비 세계 첫 상용화로 주목받던 삼성전자가 LTE 장비에서 `국내용`으로 전락하면서 한국 장비산업 전체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졌다. 장비산업은 메이저 기업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중소기업이 선단 형태로 참여해 동반 진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계 장비 업계 한 지사장은 “중국 화웨이는 해외 통신사 수주 제품 상당수를 중국 현지 협력사에 할당한다”며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내 ICT 생태계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고려대 교수는 “네트워크 장비는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단말) 등으로 이뤄진 ICT산업 생태계의 가장 밑거름이 되는 분야라서 장비 산업이 무너지면 ICT 생태계 경쟁력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서비스와 단말에만 집중됐던 산업 육성책에서 벗어나 장비 산업 육성전략에 산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연말 임원인사에서 김영기 네트워크 사업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조직을 재정비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새해에 중국 시장 진출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LTE-TDD 시장은 이제 개화기를 맞아 장기적으로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