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 손해배상액 제도 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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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 제도에 칼을 댄다. 유명무실했던 침해 증거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고 유연한 배상액 산정을 위해 판사 재량권을 확대한다.

적정 수준 손해배상액 제도가 구축돼 특허권자의 권리 보호가 가능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업계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지재위와 관련 부처 등이 우리나라 특허침해 손해배상액 제도 현실화를 위한 입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재위 관계자는 “특허 침해 소송 현장에서 침해 입증과 유연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특허권자 권리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액 현실화를 큰 틀로 잡고 구체적 해결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이 터무니없이 낮아 고의적인 특허침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다른 기업의 특허를 침해해도 손해배상액보다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특허침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특허권자 권리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지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 소송 평균 배상액은 건당 5000만원 수준이다. 미국이 건당 평균 배상액이 2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란 것이 업계 평가다.

낮은 손해배상액의 배경에는 제도적 결함이 있다는 것이 IP 전문가 판단이다.

한 특허 소송 담당 변호사는 “손해배상액을 책정하려면 우선 침해 입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피고에게 침해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권고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거자료 제출 강제 논의는 지난해 10월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원혜영 민주당 의원,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 `대한민국 특허 허브 국가추진위원회`에서도 활발히 이뤄졌다. 당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나라 IP 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특허 침해 증거자료 제출 등 법률을 손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재위는 유연한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해 판사 재량권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허법 128조에 특허 침해 시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는 방법이 명시돼 있지만, 침해자가 이익을 공개하지 않아 객관적 산정이 어렵다”며 “판사가 손해배상액 현실화를 위해 권한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재위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손해배상액 제도 관련 세부 개선안이 완료되는 올해 상반기 손해배상액 개정안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특허법 128조=5개항으로 특허 침해 시 손해배상액 산정 방법을 명시함. △특허권 보유자의 손해액(침해자의 판매량×특허권자의 품목 단위당 이익액)(1항) △특허 침해자의 이익액(2항)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3항) 등을 배상액으로 산정한다. 4항과 5항은 피해액 추정이 어려우면 법원 재량에 맡기도록 하지만 구체적 침해 입증이 어려워 현실적인 배상액 산정이 힘들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