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전KDN vs 젤라인', 국책사업 소송분쟁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원격검침인프라(AMI) 국책 사업이 또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사업 첫해 미호환 불량부품 사용과 시험 장비 조작으로 두 차례 사업이 중단된 후 올해 특허권 분쟁에 휘말릴 전망이다.

한전KDN은 젤라인이 특허권을 주장하는 전력선통신(PLC)칩의 `에드-훅(Ad-hoc) 네트워크에서 맥 프로토콜의 프레임 송수신 방법`의 사용권 확보를 위해 이달 젤라인을 상대로 법원 소송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한국전력도 같은 내용으로 젤라인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한전과 한전KDN은 젤라인이 특허기술 사용료 30억원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석 달째 지연되자 해당 특허권을 공동소유로 귀속시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젤라인은 지난해 11월 한전 등을 대상으로 `PLC칩 기술 유출 및 사용중지 통지` 공문을 보내 `2013년 AMI 200만호 구축사업`에 대한 사용료 30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한전과 한전KDN은 젤라인의 해당 기술은 정부의 `중기거점 기술개발 사업`에서 완성된 만큼 공동 소유라는 주장이다. 사업에는 정부 예산 60억원을 포함해 한전과 한전KDN이 각각 8억원과 4억6000만원을 투입해 젤라인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해당 기술사용 권한 지분율은 젤라인 34.3%, 한전과 한전KDN은 각각 22.2%, 12.5% 보유하고 있다.

한전KDN 관계자는 “다수 기업의 개발 분담금으로 개발된 기술임에도 젤라인이 독자적으로 특허권을 신청해 행사하는 증거를 확보했고 법원에 이를 증명할 계획”이라며 “젤라인은 한전이라는 공기업 특성을 이용해 국책 사업을 저해하면서 과다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라인은 소송에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최우석 젤라인 사장은 “호당 1500원씩 200만호에 적용한 30억원을 기술사용료로 한전에 요구했고 매년 가구당 1500원씩 2020년까지 2194만 가구에 기술료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재개된 대규모 국책사업이 수개월째 지연되자 관련 업체의 경영난도 가중된다.

업계 관계자는 “4년째 한전PLC칩 문제로 국책 사업이 지연돼 부품, 생산, 개발 등 관련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졌다”며 “한전이 AMI구축 사업보다 하나의 부품인 한전PLC를 고집하며 문제를 만드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