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IP금융 정착 위해서는 강제력 있는 정책 시행 필수

정부가 기술·IP 금융 인센티브 방안을 내놓은 것은 창조금융 활성화 방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대책`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과 우수 IP를 보유한 벤처·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자금을 지원해주는 금융사가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IP금융 활성화에 발목을 잡았던 문제였다. 여기에 주택담보 대출 등 일반 여신과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시중 은행의 기술·IP 금융 역량이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기술·IP 금융 산업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면서도 은행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꼽혔다. 이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금융지원을 시작했고, 올해 지원 한도를 대폭 늘렸다. 올해 국책 은행은 최우선 경영과제로 IP금융지원 활성화를 꼽았다. 기업은행은 기술 강소 기업에 약 16조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고, 산업은행도 IP금융 확대를 위해 올해 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구축된 성장사다리펀드는 올해 상반기 IP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고 자금 지원에 나선다. 수출입은행은 IP수출 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금융 제공을 위해 지난해 초 전담조직인 지식서비스 산업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시중 은행의 발걸음이 더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신한은행이 별도 기술평가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기술·IP 대출 사업, 결합 상품 마련에 착수하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IP대출 보증부 상품을 내놓거나 별도 조직 마련을 검토 중이지만 실제 금융 지원을 받는 기술 기업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책은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여신 시장을 주도하는 시중은행이 적극 참여해야 개인·중소기업, 기업연구소 등이 금융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이 IP기업의 직접 투자와 공격적인 대출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자신감 결여`가 가장 크다. 기술을 담보로 어느 정도의 기업 가치가 있는지 산정할 수 없고 외부 평가기관을 거쳐 여러 근거 자료를 받다 보니 담당자조차 기업 가치 산정에 애를 먹는 일이 허다했다. 한 기술평가 심사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인센티브 방안이 현실에 적용되면 이미 물밑 작업을 진행한 많은 은행이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며 “중복 투자 방지와 가치 평가를 산출할 수 있는 독자시스템 마련은 은행에도 하나의 기회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자체 기술평가 시스템 구축이 단시일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자체 기술평가 전담조직을 구상하는 등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IP평가를 은행 독자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충과 시스템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이 필요한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수시로 바뀌거나 전문성이 결여된 내용이 일부 있어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 대책뿐 아니라 법안 손질 등 더욱 강제력 있는 명문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길재식·권동준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