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SW 조기교육 신중하게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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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소프트웨어(SW)교육이 초·중·고 커리큘럼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SW산업의 중요성이 커가고 지식기반 경제로 이전하고 있으니 SW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 모두를 교과과정에 반영하고, 특히 입시에 반영하는 것에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反]SW 조기교육 신중하게 접근해야

SW교육을 무차별적으로 교과과정에 반영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초·중등 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많은 지식을 암기하도록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오늘날 지식의 수명이 크게 짧아지고 있고, 언제나 검색 가능한 시대에는 지식 자체의 암기가 아니라 학습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

미국의 SAT나 우리 수능시험은 원래 지난 교과과정의 학습성취도가 아니라 미래의 수학능력을 재는 데 목표가 있다. 그래서 ‘수학능력시험’이다. 외국의 수능시험이 언어영역과 수학이란 두 과목으로 대부분 이뤄져 있는 것은 미래의 학습능력을 재는 데 이것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상을 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언어와 수학이라는 두 영역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암기하게 하면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 능력보다는 얼마나 체제에 순응하는지와 과거의 학습성취도만을 측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중등교육의 성취도가 고등교육의 성취도로 연결되지 않고,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 있으면서 가장 만족도가 낮은 불행한 청소년을 양산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두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학생들의 지능을 검사하면 어떤 언어로 조사하는지에 따라 지능이 다르게 나타난다. 한 언어로 논리적 사고나 어휘력을 획득한 어린이에 비해 희생된 영역이 있음을 나타내는 때가 많다. 이는 많은 것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 있게 하는 것에 희생이 따른 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교육적으로 교과목을 늘려가는 것이 미래의 수학능력에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많은 부모들이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무한대라는 착각 속에서 학생들은 수많은 학원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SW 조기교육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좋은 과거와 달리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는 데는 큰 노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쉽게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언어가 계속 생산되고 있고 온라인에서 스스로 프로그램 방법을 배우는 곳도 번성하고 있다. 훌륭한 SW의 탄생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능력이 아니라 창의성과 논리력에서 결판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을 뽑을 때, 전공과 상관없이 학습능력(지능) 위주로 선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SW조기 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과과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논리적 사고력의 수학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SW 교육이기 때문이다.

또 SW 조기교육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SW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 작성 능력도 중요하지만 적성에 맞아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이란 점을 찍어야 할 곳에 쉼표를 쓴 실수로 며칠 밤을 지새울 수도 있는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전산직을 뽑을 때 많은 기업들이 적성검사를 한다. 아무리 SW가 중요한 영역이라고 해도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공학적 특성을 수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초·중등 교육에서 무차별하게 인성과 수학능력과 크게 도움 되지 않는 직업교육을 조기에 시키는 것이 학교를 더욱 재미없는 곳으로 만드는 낭비적 교육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굳이 교과과정을 하겠다면 자신의 적성이 SW 엔지니어에 맞는지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

나는 정보경영학 즉 정보기술을 전공한 학자다. 그럼에도 이런 이유로 기성세대가 그렇지 않아도 젊음과 수면까지도 빼앗기고 사는 우리 다음 세대에게 불필요한 강요를 더하는 것에 신중하기를 촉구한다.

교육은 정치권이나 산업정책을 결정하는 부처의 장관 의지가 아니라 교육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결정해야 비정상이 정상화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