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천송이 코트’와 규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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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천송이 코트’와 규제 개혁

작년 초 불붙은 공인인증서 규제 논란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끝장 토론에서 언급한 이른바 ‘천송이 코트’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공인인증서 의무사용(30만원 이상 신용카드 거래)이 폐지됐으며 한국형 온라인 지불결제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그리고 공인인증서 관련 내용이 삭제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곧 시행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천송이 코트’로 대변되는 규제 개혁은 규제의 정책적 필요성이나 근본적으로 규제가 생긴 이유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없애야 하는 나쁜 대상으로만 몰아가는 경향이 심각할 정도인 것 같다.

공인인증서가 카드결제에 처음 적용된 것은 대규모 ‘카드깡’ 사건이 발생했던 2005년이며, 그해 11월 의무화됐다. 이런 이유에서 만들어진 규제를 풀었을 때 사고 재발 가능성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여러 가지 규제를 개선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떤 특정사안, 예를 들었던 천송이 코트처럼 해외에서 특히, 중국의 인터넷쇼핑 구매자들이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를 살수 없는 이유가 마치, 당장 액티브X와 현재 국내 인터넷 환경상 액티브X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공인인증서만 폐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모양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인인증서는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인프라다.

3000만 개인과 기업이 사용하고 있으며 전자금융거래뿐만 아니라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인증서 유출사고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적인 피해는 해외사례와 비교해 봐도 아주 낮은 수준이며 유출사고를 방지할 방안도 이미 여러 가지 기술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이러한 공인인증서를 때마침 큰 인기를 얻었던 한류드라마를 부각시키면서 그 주인공이 입었던 코트 구매의 불편함에 연결지어 일방적으로 나쁜 규제의 대표 격으로 몰고가는 것은 균형감이 없어 보인다.

이러다 보니 공인인증서 폐지 목소리가 우리 시장 확대를 노리는 이른바 해외 공룡기업들의 입김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드는 실정이다.

물론 해당 정책기관과 공인인증기관들도 공인인증서의 뛰어난 보안성은 살리면서 사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사용토록 하기 위한 대책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HTML5와 같은 인터넷 표준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넌(non) 액티브X’ 기반의 다양한 웹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규제는 늘 개선을 통해 그 시점의 상황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왔으며, 또 불필요한 규제는 폐지되는 것은 맞는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규제를 발전적으로 개선하고 폐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해당 정책기관과 전문가들의 기술적 고려와 판단을 따라야 하며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 많은 사항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규제 개혁에서 분명한 것은 특정 이슈에 치우치거나, 시간과 여론에 떠밀려 본질이 훼손된 성급한 결정으로 다시 많은 기회비용을 들이게 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박원규 바른소프트기술 대표 gwk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