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이버 테러에 맞서는 자세

[기자수첩]사이버 테러에 맞서는 자세

한 해를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할 시기에 지구촌 곳곳이 사이버 테러 위협에 직면했다. 미국에서는 영화사 소니픽처스가 해킹돼 기밀 문서와 미개봉 영화 파일이 공개됐다. 우리나라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도면 등 기밀에 준하는 문서들이 대거 유출됐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 단체, 기업 등을 목표로 하는 사이버 테러는 급증하고 있다. 지금 사태가 해결돼도 언제든 다시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를 사전에 막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전술적 준비가 중요하다.

이와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 또 있다. 테러에 맞서는 개인의 마음가짐과 태도다. 테러는 그 개인이나 집단에 다양한 방법의 충격을 줘 혼란과 공포를 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체계적인 방어와 동시에 테러에 맞서 침착하게 스스로를 지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미국은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영화 ‘인터뷰’ 상영이 취소된 가운데 정부가 앞장서 대응에 나설 것을 밝혔다. 사이버 테러에 맞서는 모습은 사회 곳곳에서도 나타났다. 브래드 셔먼 연방하원 의원은 ‘인터뷰’를 의사당에서 상영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일반 관객들과 영화관들도 정부의 의지에 힘을 보태며 영화 상영을 다시 추진했다.

결국 영화는 당초 계획대로 미국 성탄절에 볼 수 있게 됐다. 비록 기존보다는 상영관이 줄었지만 사회 곳곳의 의지가 더해져 텍사스와 조지아 주 영화관 등에서 상영은 결정됐다. 마이클 린턴 소니픽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상영을 공식 발표하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원전 문서 유출로 인한 사이버 테러 위협에 맞서는 중대한 시기를 겪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방어와 함께 향후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와 국민의 의지가 더해져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사이버 테러에 맞설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