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IBM, 신임사장으로 전열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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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실적부진, 내부 부정사건, 본사 IBM으로부터의 외국인 사장 임명….

한국IBM과 데쟈뷰가 느껴질만큼 유사하나, 이웃 일본 얘기다.

일본IBM은 최근 미국적자인 폴 요나미네 부사장을 사장에 선임했다. 전임 마틴 예터 사장은 회장 및 본사 수석 부사장을 겸임하며 사실상 현지 경영 일선에선 물러난다.

폴 요나미네 신임 일본IBM 사장
폴 요나미네 신임 일본IBM 사장

일본IBM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0년 1282억엔(약 1조1900억원)에서 2013년엔 887억엔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014년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별다른 반전을 기대하긴 힘든 분위기다.

일본IBM은 대표적인 외국계기업으로 일본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직장에 꼽히곤 했다. 일본 야마토연구소가 직접 설계했던 ‘씽크패드’ 노트북이 한창 인기가 있을 때는 일본IBM의 매출이 미국 본사에 버금갈 정도여서, 다른 나라 지사에 비해 예산 자치권 등 독립성도 뛰어났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내부 직원들의 매출 회계 부정 사건이 발각된 것을 계기로 본사의 재무 통제가 강화됐다. 급기야 지난 2012년에는 56년 만에 외국인 사장이 부임하는 사태까지 맡게 됐다.

이번에 신규 선임된 폴 요나미네 사장 역시 일본계 미국인이다. 샌프란시스코대학을 졸업하고 KPMG컨설팅과 하와이 호놀룰루시장 고문, 히타치컨설팅 사장 등을 거쳐 지난 2010년에야 일본IBM에 입사한 외부인사 출신이다.

여전히 순혈주의가 강한 일본IBM의 독특한 정서상, 외국계 사장이 2대에 걸쳐, 그것도 이번엔 ‘굴러온 돌’이 됐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 상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마팅 예터 전 사장 역시 부임 당시 ‘예터 개혁’이라 불릴만큼 고강도의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 일본인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꺽여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자국민 사장 시절에는 통상 10년 안팎에 달했던 CEO 재임 기간이 외국인 사장의 부임을 전후로 급감한 것 역시 일본IBM의 달라진 모습중 하나다.

본사가 PC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 이후, 일본 소비자들에게 자국산 브랜드만큼이나 사랑받던 IBM의 인지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클라우딩 등 신규사업 부문은 아마존재팬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지쯔나 히타치제작소 등 토종 IT대기업과의 간극 역시 갈수록 좁아진다.

수십년간 독립성 보장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아진 일본IBM의 국제감각을 키우면서도, 현지 직원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일으키느냐가 신임 사장의 가장 큰 당면 과제다.

<최근 일본IBM 사장의 재임기간 분석>


최근 일본IBM 사장의 재임기간 분석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