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기업] <5회> 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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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갓난 아기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 박사까지 모두가 고객인 회사. 구글의 창업자도 ‘부럽다’고 말하는 펀(fun) 기업. 매년 전 세계 7500만명 이상의 팬을 열광시키는 완구 업체, 레고의 파죽지세가 예사롭지 않다.

<표> 레고의 자기자본수익율(ROE)
 <자료: 닛케이비즈니스>
<표> 레고의 자기자본수익율(ROE) <자료: 닛케이비즈니스>

9분기 연속 수익 증가 기록을 경신 중인 덴마크의 자그마한 플라스틱 장난감 블록 제조업체 하나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유명한 레고 광팬이다. 구글 로고에 사용되는 빨강·파랑·노랑의 3원색은 사실 레고의 기본 블록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구글의 조립폰 역시 레고에서 그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구글은 직원을 뽑을 때도 레고 블록을 내민다. 창의성을 본다는 얘기다.

레고는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을 줬다. 공통 부품을 블록처럼 조합해 다른 모델을 개발·생산하는 방식이 완성차 업계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이 바로 이 방식을 도입, 현재 일본 도요타를 맹추격하고 있다.

레고는 이제 완구라는 테두리를 넘어 그 영향력은 산업에서 사회에 이르기까지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레고는 지난 1932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비상장 회사다. 현재도 창업가 집안이 75%의 지분을 소유하며 80년 간 오직 블록 장난감만 만들고 있다.

레고 블록의 기본 특허는 지난 1980년대부터 세계 각국에서 속속 만료되고 있다. 사실상 누구나 블록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지난 2004년에는 폐업 직전까지 갔다. 특허 종료에 따른 저가 유사제품의 출현과 첨단 디지털·전자 장난감 등장은 레고를 벼랑으로 몰았다.

하지만 레고는 이같은 도전을 모두 제치고 최근 5년 간 연평균 21.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40억7800만크로네(약 4조7000억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레고는 모두가 ‘첨단’과 ‘혁신’을 외칠 때도, 사업 범위를 블록의 개발과 제조로만 한정해 결국 58.4%라는 경이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실현하며 효율경영의 표본으로 꼽힌다.

실적 호전에 따라 브랜드파워도 상승, 브랜드 신뢰도 순위에서 3년 연속 세계 10위안에 들었다.

레고에는 구글과 같은 첨단 보유기술이 없다. 스티브 잡스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나 디자이너도 없다. 레고는 철저한 팀워크를 강조한다. 조직의 힘으로 탄생한 것이 ‘플레이 테마’다.

기존 기본세트(레고 클래식)와 달리, 플레이 테마는 스타워즈나 레고무비, 프렌즈, 닌자고 등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레고 전체 매출의 20%에 머물렀던 플레이 테마는 현재 60%를 차지한다. 레고는 연간 30종의 플레이 테마를 내놓는다.

매년 30%의 영업이익율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인 플레이 테마의 판매 수법인 ‘스토리텔링’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경쟁사 디즈니도 ‘겨울왕국’ 등을 통해 이같은 판매 기법을 고수한다.

하지만 레고는 스토리 제작 단계부터 레고 측 인력이 투입되는 방식으로 스토리와 레고 블록의 판매를 직결시킨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레고의 매출액이 가장 높게 올라가는 때다. 하지만 다음해 2월이 되면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곤 했다.

그래서 레고는 지난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레고무비’의 전 세계 상영일을 2월로 맞췄다. 이를 위해 영화 기획 단계부터 레고가 직접 관여, 영화 공개일은 물론이고 마케팅과 이벤트 기획에 이르기까지 상품 관련 모든 의사결정을 공동 진행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영화로만 지난해 전세계 각국에서 4억7000만달러를 벌어 그 해 세계 흥행성적 톱10에 들었다. 관련 제품의 판매 열기 역시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후속편까지 나올 예정이다.

요르겐 비 크누스토르프 레고 CEO는 최근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뛰어난 스토리 텔링은 회의실에서 쥐어짠다고 나오지 않는다”며 “평소 직원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흐르고 넘치도록 놔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