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묵힌 日 소재, 파리에어쇼서 만개

<인포> 일본 첨단 소재산업 현황 <자료: 닛케이산업>
<인포> 일본 첨단 소재산업 현황 <자료: 닛케이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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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일정을 마치고 21일 폐막한 세계 최대 항공 전시회 ‘2015 파리 에어쇼’에서 소재강국 일본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일간공업신문 등 주요 외신이 21일 전했다.

일본카본과 우베흥산 등 일본 소재업체는 파리 에어쇼에 ‘항공엔진용 세라믹 섬유 복합재’(CMC)를 선보였다. CMC는 탄화규소(SiC)로 만들어진 섬유를 세라믹으로 소결 처리한 최첨단 소재다. SiC 섬유는 기존 엔진 부품에 사용돼온 니켈 합금 대비, 무게는 3분의 1 가볍다. 내열 온도는 20% 높다. 강도는 두 배 세다.

이 같은 강점은 ‘고압 터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고압 터빈은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온 연소가스가 쓰인다. 기존 니켈합금 부품는 이 열을 식혀줘야 한다. SiC 섬유로 만든 CMC는 최고 2000도까지 견딜 수 있다. 별도 냉각장치가 필요없다. 경량 소재는 연비에도 좋다.

현재 SiC 섬유 제작 가능 업체는 세계에서 일본카본과 우베흥산 등 단 두 곳 뿐이다. 이번 에어쇼에서 세계 최대 항공엔진 업체 GE는 일본카본를 선택했다. GE는 프랑스 엔진업체 샤프란까지 합세시켜 3사 합작으로 ‘NGS 어드밴스 화이버’라는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이 회사는 3사로부터 총 60억엔(약 538억원)을 투자받아 일본 도야마시에 SiC 섬유 양산라인을 갖춘다.

우베흥산은 파리에어쇼 상담장에서 영국 항공엔진 업체 롤스로이스와 막판 협상을 가졌다. CMC가 들어간 GE 신형엔진 ‘립’(LEAP)은 연비를 기존 엔진 대비 15% 이상 줄였다. 연내 운항을 시작하는 유럽 에어버스 차세대 소형 항공기와 2017년에 처녀 비행하는 미국 보잉 차세대 소형기에 각각 탑재 예정이다. CMC 적용 엔진 70대분이 현재 양산 단계다.

GE 관계자는 “지금은 CMC 적용 부품이 엔진에 국한돼 있지만 연소기 라이너와 원통형 부품 등으로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iC 섬유는 지난 30년 넘게 적자에 허덕이던 사업이었다. 일본카본 출신 다케다 미치오 NGS 사장은 “일본카본 입사 이래 17년간 SiC 섬유 연구개발에 종사했지만 용도는 라켓 등 스포츠용품 뿐이었다”며 “이번 에어쇼에서 GE를 만난 뒤 활로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1300도가 넘으면 급속 퇴화하던 개발 초기 SiC 섬유 최대 약점은 일본 정부가 양도해준 원자력 연구 결과물(전자선 조사)로 해결했다. CMC는 항공기 엔진뿐 아니라 발전소 가스터빈 등 각종 산업기계 부품으로 대체 가능해 향후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