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 가동 3개월 앞당긴다… 12월 인프라 투자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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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호황에 12월 인프라 투자…경쟁사와 ‘초격차’ 유지

9월초 평택 고덕산업단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아직 외벽 공사가 한창이다.
9월초 평택 고덕산업단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아직 외벽 공사가 한창이다.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공장 가동 시기를 3개월 앞당긴다. 낸드플래시의 호황을 놓치지 않겠다는 포석이자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평택 공장 가동 시기가 앞당겨짐으로써 후방 장비업계도 수혜 시기가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 증설로 상승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가격은 다시 하락 보합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2월 중 평택 반도체 공장 공사를 마무리하고 인프라 투자를 시작한다. 평택 공장은 현재 막바지 외벽 공사가 한창이다. 인프라 투자란 클린룸, 가스 배관, 정화(스크러버), 웨이퍼 운송용기(FOUP) 이송, 진공펌프 장비 설치 등을 의미한다. 투자를 마치면 내년 초에 노광, 식각, 증착, 세정 등의 장비가 입고된다. 후방 업계에도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복수의 장비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 장비를 설치하려면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면서 “삼성전자가 조만간 장비 발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 공장 가동 시기는 내년 2분기 초·중반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장 이름은 18라인으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18라인 1단계 투자는 300㎜ 웨이퍼 투입 기준 4만~5만장 수준이다. 18라인 총 생산용량(약 20만장 추정)의 약 4분의 1이다. 생산 품목은 4세대 64단 3D 낸드플래시다. 이 제품은 올해 말 화성 공장에서 첫 양산이 이뤄진 이후 평택 공장에서도 동일 공정으로 생산된다. 통상 3D 낸드플래시 4만~5만장 생산 규모라면 인프라, 장비 투자에만 3조~3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삼성전자 계획은 내년 1분기 중 인프라 공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올 여름 이후 낸드플래시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자 이처럼 가동 시기를 앞당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인프라 관련 업종은 수혜가 점쳐진다. 클린룸 전문 업체 신성이엔지와 배관, 가스 스크러버 업체 한양이엔지가 대표 수혜 업체다. 진공펌프를 공급하는 엘오티베큠도 신성이엔지, 한양이엔지와 비슷한 시기에 발주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클린룸 공사 이후에는 물류 자동화 장비 설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자동화 대표 장비는 웨이퍼를 담은 FOUP를 자동 운반하는 OHT(Overhead Hoist Transport)다. 삼성은 과거 OHT를 일본 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 최근 세메스가 이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평택 양산 라인의 첫 설치가 기대된다.

전 공정 장비 쪽에서는 식각 분야 수혜가 점쳐진다. 3D 낸드플래시는 셀을 위로 쌓기 때문에 구멍을 뚫어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공정이 가장 중요하다. 외국계에선 램리서치,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식각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세메스는 세정 장비도 공급한다. 증착 분야에선 미국 어플라이드, 국내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가 대표 수혜주다. 원익IPS와 테스는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유진테크는 저압화학기상증착장비(LPCVD)를 각각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씨텍은 화학기계연마(CMP) 장비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노광 장비는 다소 투자가 많지 않을 전망이다. 3D 낸드플래시는 일반 평면형 제품이나 D램과 달리 회로 선폭 면에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화성 공장의 노후 이머전 불화아르곤(ArF) 노광 장비를 평택으로 이전하고, 신규 장비는 대부분 일본 캐논과 ASML의 불화크립톤(KrF) 노광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전해졌다. KrF 노광 장비는 과거 80나노 공정에서 주로 쓰였다. 셀과 셀을 적층할 때 KrF 노광 장비가 활용된다. 노후 ArF 장비가 빠져나간 화성 공장에는 업그레이드된 신규 장비가 투입돼 D램 생산에 활용된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지만 삼성전자 평택 공장이 가동되면 균형이 깨질 것”이라면서 “후발 업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