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IoT 전문가 포럼] 임주환 원장, "AI시대 도래, 위기상황 인식해야 대응한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인공지능(AI) 시대가 시작됐는데, 우리나라 핵심 기술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10년은 늦었다.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중소기업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장려해야 한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 융합제품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우리 산업 전반의 기술경쟁력을 진단했다.

먼저 임 원장은 미래 트렌드를 대표하는 기술로 AI를 꼽았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손꼽히며 로봇 기술과 연계돼 산업 전반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임 원장은 AI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며 최근 컴퓨팅파워의 급격한 발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임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며 “독일은 제조업 혁신을 주장하며 인더스트리 4.0을 2006년부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생산 시스템이 만든 독일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스마트공장)`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과거는 노동이 곧 생산이었지만, AI가 생산의 원천이다.

아디다스는 그동안 저임금 노동력이 많은 동남아 등지에서 운동화를 생산해왔다. 내년부터 독일 정부, 아헨 공대가 3년간 공동 개발한 로봇 기술을 통해 독일에서 24시간 생산할 계획이다.

이처럼 저임금 단순노동에도 로봇을 활용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다품종 소량생산도 가능해졌다. 나아가 AI 변호사와 음악 연주가 가능한 로봇까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업 주도로 AI 연구가 활발하지만, 삼성 등 국내 기업 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기술격차가 10년이나 벌어졌다.

구글은 2020년에 완전자율자동차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에 고도자율자동차를 선보이고 완전자율자동차는 2030년에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임 원장은 “10년이나 기술격차가 나면 그 제품은 팔 수 없다”며 “전기자동차도 중국 BYD가 1등이고 미국 테슬라가 그 다음”이라고 우리나라의 전기차 대응 역시 느리다고 지적했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2025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독일 등 자동차 강국도 내연기관 차량판매 금지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임 원장은 우리나라 수출산업 경쟁력이 전방위로 약해지는 위기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 무역 강국이다. 하지만 최근 석유 물동량이 줄어들고 공유경제와 자급자족 경제가 확산될수록 기존 무역만으로는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임 원장은 우리나라 대표 먹거리인 반도체, 자동차,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무선통신기기 등 상위 수출 품목은 향후 경쟁력이 낮은 상품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잘하는 D램 메모리는 메모리 반도체의 30%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스마트기기에 많이 쓰이는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은 약하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는 세계 10위 수준이다.

스마트폰도 판도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판매대수에서 1위이나 매출액 기준으로는 2위다. 중국 업체 진출이 눈에 띄고 LG전자는 6위 수준이다.

구글은 픽셀 스마트폰으로 독자 공급에 나섰다. 또 자판, 마우스, 터치에서 대화(음성으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서비스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래 기술에서 경쟁력을 가진 IoT 분야도 부품·센서 전문기업은 거의 없고 모듈만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임 원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와 위기의 해법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주도의 기존 산업 수출은 한계가 오기 때문에 중소 ICT·IoT 기업의 도전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다양한 응용서비스와 플랫폼,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IoT야말로 대기업이 못하고 강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라면서 “작은 기업이 합종연횡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봐야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