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노 명가 영창뮤직이 인공지능(AI) 디지털피아노 개발에 힘쓰고 있다.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전문 피아니스트에 버금가는 연주를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다.
영창뮤직은 최근 전자악기 한 대로 256가지 소리를 들려주는 음원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건반을 누르는 강도에 따라 관악기, 현악기, 팀파니 소리가 자동으로 혼합된다.
피아노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AI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기본음만 연주자가 만들어내면 AI가 어울리는 소리를 더해준다. 화음 패턴을 자동으로 기억한 뒤 최적으로 재생해주는 기능이다.
악기 본연의 소리도 충실히 살렸다. 음질은 원음에 가깝다. 디지털피아노는 보통 그랜드피아노 소리를 녹음한 후 음원을 옮겨와 재생한다. 이론적으로 그랜드피아노와 같은 소리를 낸다. 영창뮤직은 국내에선 보기조차 힘든 3억원대 피아노 모델 `스타인웨이 D 타입`으로 녹음을 진행한다. “150만원대 전자악기가 3억원에 달하는 피아노 소리를 내는 셈”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바이올린과 심벌즈 등도 모두 최고가 악기를 골라 녹음한다. 덕분에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디지털피아노 한 대로 연출한다. 앞으로 교육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스마트폰과 디지털피아노를 연결해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뜬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다 실수를 하게 되면 틀린 부분이 악보에 표시되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실시간 동영상 강의 시청도 가능하다. 강의 도중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학원 대신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울 수 있는 셈이다. 영창뮤직은 이를 위해 음악악보 전문기업 삼호출판사와 손을 잡았다. 다양한 악보와 교육 콘텐츠를 전자악기에 삽입하는 방법을 함께 찾을 방침이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은 영창뮤직은 극적인 변화를 겪은 기업이다. 원래 전자악기와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어쿠스틱 피아노 사업 한우물만 팠다. 하지만 세계 피아노 시장이 위축되면서 변화를 선택했다.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가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2006년 현대산업개발이 영창뮤직을 인수했다.
영창뮤직은 반전의 기회를 전자악기에서 찾았다. 1990년에 인수한 전자악기 브랜드 커즈와일이 대박을 치고 있다. 현재 전자악기 세계 4대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현대산업개발 인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해마다 매출의 약 10%를 커즈와일 연구소에 투자한다. 올 들어 중고피아노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영창뮤직 관계자는 “전체 매출 중 60%가 전자악기에서 나온다”며 “누구나 악기를 쉽게 다루고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2016년도 영창뮤직 디지털사업부 제품 개발 및 출시 현황>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