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간 공급논란, 이제는 해결하자]〈하〉“낡은 규제 정비할 때”

[국경 간 공급논란, 이제는 해결하자]〈하〉“낡은 규제 정비할 때”

우리나라가 20여년간 구축한 세계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이들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낡은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는 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 진출해 규제를 회피한다. 매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과세가 힘들다. '부가통신사업자'로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처럼 모호한 법적 지위 탓에 과세는 물론 법적 책임을 묻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4년 구글 스트리트뷰 불법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구글코리아가 아닌 미국 구글 본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 조치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주제였고 증거도 확실했으며 규모가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본사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정 요건을 갖춘 대규모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는 부가통신사업자라 할지라도 국내 진출 시 최소한의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 규제 패러다임을 '네트워크 중심'에서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 간 균형'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수명을 다한 법적 '국내사업장'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사업장은 과세의 근거가 된다. 과거에는 국가 간 상거래를 할 때 반드시 해당국에 물리적 사업장을 둬야 했지만 인터넷 사업에서는 불필요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국내사업장이 어디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대법원은 2011년 4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A뉴스통신사에 대해 “이 회사의 한국 사무소는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 없다”면서 핵심 이유로 한미조세협약상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즉 미국 본사에 있는 '주컴퓨터(서버)'가 본질적이며 한국에서 하는 단순 뉴스 서비스, 판촉활동 등은 부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쉽게 위치 변경이 가능한 서버는 고정사업장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게 국제 학계의 정설이다. OECD 대한민국 정책센터는 '디지털 경제환경의 새로운 국내사업장 모색' 보고서에서 “서버 소재지는 부가가치 창출 활동과 아무 지리적 연관성이 없어 국내사업장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사업장 개념을 포기하는 등 과세 정책의 과감한 혁신이 요구된다.

글로벌 사업자를 규제하면서 국내외 정책에서 당국, 국가 간 협력은 필수다. 배덕광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해 8월 '유한회사 꼼수'를 막기 위한 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글로벌 사업자가 유한회사로 국내 진입하더라도 회계법인 외부감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가 과잉규제라며 감사 결과를 공시하지 못하도록 해 법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새 정부가 당국 간 협력으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을 막기 위한 BEPS 방지 프로젝트(구글세) 추진에는 국가 간 공조가 필수다. BEPS 방지 프로젝트 액션 플랜에는 고정사업장 지위 인위적 회피 방지, 디지털경제 조세문제 해결 등이 포함돼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해 7월 기준 85개국이 참여 중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 실적 추이(단위:백만 달러), 자료:구글>


구글 실적 추이(단위:백만 달러), 자료:구글

<페이스북 실적 추이(단위: 백만 달러), 자료:페이스북>


페이스북 실적 추이(단위: 백만 달러), 자료:페이스북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