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LED, 두 번 실수는 없어야 한다

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업계가 어둠의 긴 터널에서 탈출했다. '치킨게임'에 허덕이고 있던 주요 LED 업체의 실적이 개선됐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223% 증가했다. 만년 적자로 철수설까지 나돌던 삼성전자 LED 사업은 최근 흑자로 돌아섰다. 대규모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LG이노텍의 LED 사업도 적자폭을 크게 줄이면서 올해 흑자 달성을 점칠 정도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LED 치킨게임은 촉발된 지 6년이나 지났다. 중국이 LED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 2010년이 그 출발점이었다. 중국 LED 업체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기반으로 설비 증설 공세에 나섰고, 한정된 수요 속에서 출하량이 증가하며 가격 경쟁이 일었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국내는 물론 글로벌 LED 업체들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치킨게임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극심한 경쟁으로 국내의 적지 않은 기업이 문을 닫아야 했다. 직장을 잃은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누적되는 적자로 구조 조정이 끊이지 않았다. 어쩌다 있어야 하는 비상 경영이 일상이 됐다. 이런 가운데 나타나고 있는 개선 신호는 산업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치킨게임 속 국내 산업계에 고충을 가중시킨 정책 판단 미스다. 정부가 조명용 LED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한 부분이다.

2010년 9월 정부는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추진 대책의 하나로 동반성장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위원회는 2011년 9월 제조업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며 중소기업 적합 업종 82개 품목을 발표했고, 여기에 LED 조명을 포함시켰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대기업·중견기업의 LED 조명 사업을 제한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의도와 결과는 전혀 달랐다. 단편으로 볼 때 동반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LED칩과 패키지를 생산하며 조명까지 만들어 사업을 키우려던 대기업은 시장 참여 기회를 잃으면서 시름시름 앓았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의 사정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값싼 중국산 제품에 국내 기업 모두가 밀리는 형국이 됐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산업 전체를 바라보지 않고 내수 시장만 놓고 우리끼리 편을 가르고 다툰 이전투구 결과였다. 결국 동반성장위원회는 2015년 1월 LED 조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서 제외했다. “아쉬운 부분”이라는 정책 담당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국내 기업은 마이크로LED나 UV-LED와 같은 고부가 제품으로 발을 옮기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초소형 LED다. 차세대 조명,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UV-LED는 살균, 경화 등에 쓰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속마음을 들으면 여전히 편치 않다. 밑바닥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일반 LED로는 이제 더 이상 중국과의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이 담겼다. 생존을 위해 차세대 고부가 기술로 이동하려는 절박한 자구책이다. 소재, 장비, 공정 기술 개발 등에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 LED 산업은 다시 기운을 찾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의도했든 않았든 두 번 다시 산업 발전을 저해하거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LG이노텍이 개발한 UV LED. 280나노미터(nm) 파장의 자외선을 방출해 살균 및 경화 기능을 한다(제공: LG이노텍)
LG이노텍이 개발한 UV LED. 280나노미터(nm) 파장의 자외선을 방출해 살균 및 경화 기능을 한다(제공: LG이노텍)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