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나 높은 7530원으로 결정하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충격에 빠졌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향조정으로 중소기업 경영 여건이 나빠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내년에 인건비로 15조200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스해설]최저임금 인상에 소상공인·중기 생존권 위협...정부, 30인 이하 사업장 인상분 지원](https://img.etnews.com/photonews/1707/974903_20170716154943_278_0001.jpg)
정부는 16일 곧바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30인 이하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 대책을 발표했다. 진통은 예고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서 제시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 평가다.
◇기업 부담 커져…'심각한 우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의견을 외면한 채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인상 폭(450원)의 2.4배에 이르는 1060원이나 오른 것에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최저임금 근로자 84.5%가 근무하는 중소·영세기업은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소기업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저임금까지 16% 넘게 오르면 영세·소상공인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일자리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지만,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오르면 영세 자영업자가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담이 있다”며 “이번 인상 폭은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계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15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인건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확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액을 계산해 본 결과 올해보다 내년에 15조2000억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했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현재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새로 최저임금 대상이 되는 근로자 460만명을 대상으로 추가될 인건비를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새 정부 공약을 감안하더라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높은 수준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지급능력 한계를 벗어난 영세기업이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중견기업연합회도 최저임금이 근로자 삶을 보장하는 방안이라면서도 역대 최대 인상폭은 기업계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련 관계자는 “역대 최대 인상폭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물론 기업계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간신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 대책 마련 착수…'4조원 이상 재정 지원'
정부는 이날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경영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총 4조원 이상 재정지원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놨다.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중 사업체 규모(30인 미만)와 부담능력을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 과거 추세(최근 5년 최저임금 인상률 7.4%)를 상회하는 추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한다. 소요 재원은 3조원 내외로 예상했다.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을 확대한다. 영세(수수료율 0.8% 적용), 중소가맹점(1.3%) 범위를 확대해 31일부터 즉시 적용한다. 우대수수료율 인하 등을 포함한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을 내년 12월까지 마련한다.
음식점업에 적용되는 공제율을 인상해 농수산물 구입가격 부가세 공제를 확대한다. 소상공인 진흥기금 규모(현 2조원)를 4조원, 지역신보 보증지원(현 18조원)을 23조원까지 확충한다.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범위를 확대한다.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 모멘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부담을 높이고 고용 감소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종합 지원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것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대통령 공약이 최저임금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노동계와 사용자 측 모두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대통령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올해와 같은 인상 폭이 가능했다고 풀이했다.
어 위원장은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음식점, 택시, 경비 등 경영난에 처한 8개 업종에 대해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을 논의할 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 표준생계비 객관적 산정기준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용자위원인 김문식, 김대준, 김영수, 박복규 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퇴해 파장이 예고됐다. 중기·소상공인 위원은 “정치 논리로부터 독립적인 최저임금위원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의 무의미한 최저임금위원회는 해산하고, 정권 눈치보지 않는 소신있는 공익위원, 최저임금 노동자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근로자위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표할 수 있는 사용자 위원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