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미국서 하이얼에 DTV 특허 담합 피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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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중국 하이얼로부터 디지털TV 방송기술 표준과 관련한 담합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3월 하이얼이 미국에서 디지털TV 표준특허 침해로 특허 관리업체 'MPEG LA'로부터 제소당한 것에 대한 맞소송 성격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파나소닉, 필립스, 제니스 등 5개 업체가 디지털TV 관련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부풀렸다”면서 뉴욕연방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하이얼 미국 자회사인 '하이얼 아메리카 트레이딩'이 제소했으며, 디지털방송 전송 규격인 'ATSC 표준' 라이선스 위반 행위 관련이다. ATSC는 북미와 우리나라 등에서 디지털방송 표준으로 채택한 방식이다.

하이얼은 이들 5개 업체가 MPEG LA, 콜럼비아대 신탁위원회와 담합해 ATSC 특허 관련한 공정경쟁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하이얼이 TV 튜너에 필요한 특허권을 이용하기 위해 삼성, LG 등 특허 보유업체와 접촉했지만 이들은 모두 개별 협상을 거부하며 MPEG LA에 알아보라는 식의 답변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하이얼은 “표준 정하는 절차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방식으로 누구에게나 제공한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에 따라야 한다”면서 MPEG LA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MPEG LA가 삼성전자, LG전자, 필립스 등과 담합해 부당한 로열티를 요구함으로써 공정 경쟁을 제한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았다는 주장이다.

하이얼이 5개사를 제소한 것은 자사가 특허 침해로 소송 당한 것에 대해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하이얼은 MPEG LA로부터 ATSC 표준 특허 침해에 대한 소송을 당했다. ATSC 기술을 사용한 디지털TV를 북미 시장에 판매하면서 특허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MPEG LA는 세계 최대 특허 관리업체로 다양한 표준을 관리한다. ATSC 표준은 하이얼이 제소한 5개 회사를 비롯해 많은 기업과 기관이 표준 개발에 참여했으며, 표준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로열티를 배분받는다. 일반적으로 특허 관리업체가 특허를 관리할 경우, 해당 특허를 사용하는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아 표준 참여 기업에 배분한다. 때문에 하이얼처럼 공동 특허에 참여한 기업에 접촉해 프랜드 조항을 내세우며 개별 로열티 협상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하이얼이 소송을 당하자 이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맞소송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GE를 인수한 하이얼의 북미시장 사업 확대 차원도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삼성·LG등 국내 업체는 MPEG LA를 통한 대응을 하는 한편, 예상되는 조사에서 적극적 의견개진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