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연구실안전법, '사람 중심'으로 바꾼다

시행 10년이 넘은 연구실안전법이 전면 개편된다. '자원' '관리' 중심의 현행법 패러다임을 '사람' '안전' 중심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연구실 안전을 책임질 전문 자격 제도도 신설한다. 기관 별 안전 관리 정보를 상시 공개해 기관장의 경각심을 높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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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업 등에 산재한 연구실은 예측이 어려운 사고가 많다. 새로운 장치, 물질을 이용한 실험이 잦다. 국가 연구개발(R&D) 활성화에 따라 사고도 급증하고 있지만, 전문·점검 인력이 부족하고 안전 의식도 낮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안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연구실안전법은 2006년부터 시행돼 올해 12년차를 맞았다. 과학기술 분야 R&D 활동을 수행하는 대학, 국·공립 연구기관, 기업부설연구소 등이 대상이다. 2000년대 들어 각종 실험실 사고가 사회 문제로 대두, 정부 차원의 안전 관리 대책이 필요해 제정됐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신 의원은 현행법이 노후해 가지 조문이 많고 해석이 복잡해진 만큼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법 정신'이라 할 수 있는 목적 조항이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법 제1조부터 고친다. 현행 법은 연구실안전법 목적을 “연구자원의 효율적 관리” “과학기술 연구·개발 활동 활성화”로 정의했다. 이를 “연구인력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바꾼다. 연구실 안전 패러다임을 '자원 관리'에서 '사람의 안전'으로 전환한다.

연구실 안전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자격 제도를 신설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산업안전지도사' '산업보건지도사'에 준하는 '연구실안전관리사' 자격이 생긴다. 법안은 자격 취득자의 의무 사항, 직무 범위, 결격 사유 등을 명시한다. 자격제 시행은 2020년부터다.

자격제 도입은 연구실 안전 특화 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장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연구실 안전관리 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위험 파악·관리 요건은 전문인력·교육이 42~58%를 차지했다. 여타 안전 관련 법령도 전문 자격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연구실안전법만 예외다.

현재 연구실 안전 관리 전담인력이 이미 유사 자격을 취득하고 있어 현실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담인력 25.4%가 산업안전지도사, 산업보건지도사 같은 유사 자격을 취득했다. 나머지는 무자격·비전문가이거나 실무 경력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직무 특성을 반영한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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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정보 공표제를 도입한다. 각 연구기관이 연구실 안전관리비 등 주요 정보를 '연구실안전정보시스템'에 올리도록 한다. 기관장을 비롯한 상위 관리자의 관심을 촉구하는 조항이다. 기관 목표가 R&D 성과에 치중하면 안전관리비 허위 보고, 목적 외 사용 등 부작용이 생긴다.

법안은 연구실 안전환경 관리자의 교육 미이수, 안전관리비 허위·부당 사용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한다. 권고사항인 연구실안전관리위원회 설치는 의무화한다. 현행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기업의 연구개발전담부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포함시킨다. 연구 지원업무와 실험·실습까지 포함한 '연구활동' 정의를 신설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시정명령 발령 요건을 구체화한다. 현행 법의 시정명령 대상은 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 업무에 국한됐다. 나머지 의무 사항 위반은 곧장 과태료로 이어질 수 있다. 법안은 각종 위반 사항 발생 시 시정명령을 거칠 수 있도록 해 기관 부담을 줄였다.

신 의원은 “매년 연구실 사고가 지속 증가하고 있고, 연구개발 활동이 전문화·고도화됨에 따라 상해 정도도 중해지는 추세”라면서 “연구실 안전 관리를 위한 전문성 확보 및 종합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연구자가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