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0>창업 초기에는 직원을 어떻게 뽑아야 하나?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을 꼽으라면 역시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과 동업하느냐, 어떤 사람들로 초기 맴버를 구성했느냐가 사업 초기 직면하게 될 여러 어려움을 해결할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자리매김한 기업은 사업 수행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인력풀(Pool)을 보유했다. 사원 중 특정인이 이직, 일신상의 사유 등으로 원활한 업무 수행이 어려울 때, 내부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설사 내부 대체 인력이 없다 하더라도 자금 등을 활용해 아웃소싱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은 이러한 대응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창업 초에는 대체 인력과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심지어 창업 초에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1인 2역 내지 1인 3역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창업 초 어떤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채용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있어서도 스타트업 기업은 기존 기업에 비해 불리한 측면이 많다. 가장 먼저 채용 기준을 설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기업은 대규모 공채 혹은 이전 채용 경험을 통해서 해당 회사에 지원한 사람의 적정 기준을 나름 설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원자 학력과 이전 직무 경력의 많고 적음을 판단하고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스타트업 기업은 지원자들이 하루 걸러 한두 명씩 간간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적의 직원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 좋은 지원자가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에 돌려보낸 사람이 가장 적합한 후보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이미 채용을 마감한 뒤에 제일 좋은 후보가 마지막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설립 초기 구성원을 뽑기보다는 나름의 표본을 확보하여 적정 기준을 설정한 뒤에 최종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앞서 몇몇 지원자를 면접하면서 전체 지원자 풀(pool)의 표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 표본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부적합한 후보자는 어떤 수준인지, 반대로 가장 훌륭한 후보는 어떤 수준인지를 가늠한다.

이렇게 표본이 설정되면 채용이 한결 수월하다. 사업 성패를 결정할 중요한 업무 영역의 경우에는 표본 지원자 중 가장 훌륭한 지원자보다 나은 후보자가 지원할 때까지 면접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자금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은 업무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에는 다소 경력이 부족하지만 낮은 급여에 적합한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최고 후보를 찾기 위해 지나치게 채용을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숫자의 사람들을 면접한 후에도 적합한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을 재수정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스타트업 기업의 면접은 지원자의 사생활 영역에 대한 질문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직무 경력 등은 완벽하지만 배우자 이직, 임신 등 가정환경 변화로 채용 초기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들이 종종 있다. 다수의 인력을 확보한 기존 기업은 다른 직원이 이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바처럼 스타트업 기업의 설립 맴버는 1인 2역, 1인 3역을 수행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