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4>가족창업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라

가족기업은 가장 보편적 창업모델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기업 중 가족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프랑스, 영국, 독일은 전체 기업의 60% 이상, 이탈리아는 90%가 전체 기업 중 가족기업에 해당한다. 법인이 아닌 개인 창업 비율이 93.3%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역시 창업 초기 회사 주요 구성원이 가족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청년 실업난과 황혼 재취업난이 동시에 가중되면서 부모와 자식간 창업, 형제간 창업 등 행태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가족창업을 바라보는 일반인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가족창업이 학과 친구나 회사 동료 등과 지인창업보다 구시대적 방식이며, 성공확률 또한 낮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실제로는 가족기업은 일반회사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며 성과 측면에 있어서도 훨씬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정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탄탄히 자리매김했다는 대표 증거는 '증시 상장'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도 가족기업 성과는 남다르다. 전체 코스피 상장기업과 코스닥 상장기업의 약 70%가 가족기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로널드 앤더슨과 데이비드 리브가 '파이낸셜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족기업 평균실적이 S&P500 인덱스 평균을 뛰어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기업을 중심으로 한 벤저민 마우리의 연구결과 역시 가족기업이 비가족기업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기업은 위기에도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의 이머징마켓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가족기업은 2000년대 초반 IT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서 2010년까지 누적수익 265%, 연 평균 13.7%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보였다.

가족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은 기업 수명연장으로 이어져 일반 기업의 평균수명이 15년인데 비해 가족기업의 평균수명은 24년에 달한다. 미셰린, SC존슨, 이케아, 허쉬 등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 상당수가 가족기업이며, 이들 중에는 설립된 지 100년 가까이 된 기업도 많다.

가족창업 기업이 일반기업에 비해 남다른 성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으로는 가족이라는 남다른 결속력을 꼽을 수 있다. 창업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족이 아닌 일반 동업자의 경우 쉽게 돌아설 수 있다. 일반 동업자는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사업 추진 방식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쉽게 그만둘 수 있다. 이러한 동업자의 갑작스런 중도이탈은 창업 초기 실패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족은 다르다. 가족은 미우나 고우나 평생을 같이 봐야 한다. 따라서 일순간의 소소한 이익이나 사업 수행 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겼다고 해서 등을 돌릴 수 없다. 가족이란 결속력이 사업 수행 과정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가족기업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투철한 주인의식을 꼽을 수 있다. 창업 초에는 소수 인원만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들 소수 인원은 불과 몇 달 지나 퇴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창업 초에는 단 한두 사람의 진정성 있는 직원만 있어도 회사 운영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상에서 열거한 가족기업의 장점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가족을 동원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100년 이상 지속될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4>가족창업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라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