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英 운명 가를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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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이 11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를 실시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협정(브렉시트)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합의안에 대한 사전승인 성격으로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달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에 합의했다. 이어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은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도 합의했다. 합의안은 영국과 EU 양측 의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은 올해 제정한 EU 탈퇴법에 따라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쳐야 한다. 하원에서 합의안이 승인되면 이후 이행법률 심의를 거쳐 탈퇴협정의 정식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탈퇴협정 비준동의는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뒤 21 회기일 내에 반대 결의가 없으면 자동 통과된다.

현재로선 하원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국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인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 즉 320명 이상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민주연합당(DUP), 웨일스민족당, 녹색당 등 야당이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 역시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불만을 품고 합의안 부결을 준비 중이다.

내각 일부에서는 패배가 확실시되는 만큼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예정대로 11일 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합의안이 부결되면 당분간 영국 내 정치적 혼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하원이 합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정부는 21일 이내에 다음 단계 조치 계획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영국이 EU와 재협상에 나선 뒤 다시 의회에 승인을 받는 방안,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개최하는 방안, 아니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야당인 노동당의 정부 불신임 제출로 조기 총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표를 하루 앞둔 10일 유럽연합(EU) 최고법원 유럽사법재판소(ECJ)는 국민투표에 따라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이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영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브렉시트에 관한 '제2 국민투표' 실시 주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