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국의 기술 규정이나 표준, 인증 등을 포괄하는 무역기술장벽(TBT)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 및 신설된 TBT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유지하는 미국이 기술 장벽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중동 등 개발도상국의 TBT 폭증 추세가 뚜렷했다. '숨은 기술 규정'이 많은 개도국의 TBT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WTO에 따르면 지난해 통보된 TBT는 총 306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08년(1523건)과 비교하면 약 두 배 늘었다. 기존 TBT를 수정한 것을 제외한 신규 추가 TBT도 2085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TBT는 국가 간 교역에 필요한 규정을 포괄하는 것으로, 무역 과정에서 장벽으로 작용한다. 수입 수량 제한 같은 전통의 무역 장벽과 달리 기술 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 절차 등으로 고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표준과 일치하지 않는 독자 표준과 수입 제품 차별 대우, 적합성 평가 절차에 따른 중복 관세 부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개도국을 위주로 TBT 통보가 확대됐다. 국가별 TBT 통보 건수는 우간다(413건)가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미국(276건), 케냐(173건), 브라질(156건), 멕시코(153건) 등이 이었다.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위해 TBT를 유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TBT를 통보한 대륙 비중은 아프리카가 34.2%로 가장 높았다. 중동 17.8%, 아시아 15.8%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아프리카는 2016년 TBT 통보 비율이 17.4%, 2017년 24.7%에서 지난해 34.2%까지 지속 상승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최근 아프리카 등 개도국 위주로 TBT가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지난해 케냐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시험 요건을 내걸어 국내 대기업이 에어컨을 수출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TBT로 인해 WTO 회원국 간 갈등도 첨예하다. 지난해 WTO TBT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논의된 특정무역현안(STC)은 184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통보된 TBT는 554건이다. 그러나 WTO TBT 정례회의를 거치고 나면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짙다. 신규 TBT 통보도 422건으로 전체 TBT의 76.1%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 등 굵직한 이슈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개도국 기술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표원 중심으로 TBT 규제 발굴·분석과 현장방문 컨설팅 등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늘고 있는 TBT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특히 확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 인증 기관 관계자는 “TBT 대응 예산이 소폭 늘어나고 있지만 기술 규제가 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사업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TBT 대응에 취약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표>최근 5년간 세계 무역기술장벽(TBT) 통보 현황(단위:건수)
<표>지역별 신규 TBT 통보 건수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