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의료정보 활용과 건강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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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의료정보 활용과 건강증진

미국 할리우드 유명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전체 분석으로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유방과 난소 난관 절제 시술을 받았다. 유전체를 활용한 예방 차원의 수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행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밀 의료가 시작됐다. 유전체 분석을 비롯해 진료와 임상, 생활습관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서 환자에게 적합한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정밀 의료는 건강 정보, 유전체 정보, 스마트 헬스케어, 빅데이터 분석 등이 수반된다. 정밀 의료는 환자별 차이를 고려해 여러 그룹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정확한 치료와 예방법을 제시한다. 대규모 환자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치료와 예방법을 도출한다. 고령화 시대보다 건강하게 사는 기반이 정밀 의료에서 시작한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의료 데이터 활용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정밀 의료는 아직 요원하다. 국내 병원이 보유한 의료 정보가 공유돼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법 등 관련 규제에 묶여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의료정보를 비롯해 규제 법으로 말미암아 활용은 여전히 안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의료진이 의료정보를 활용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을 지켜야 한다. 어떤 법도 의료정보가 정확히 무엇인지 규정하지 못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 범위는 광범위하고, 활용하려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자의 몸에서 떼어낸 암세포를 고배율 사진으로 찍어서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이용하는 것도 법에 저촉된다. 의사는 세포 사진 자체로는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법의 기준은 달랐다.

의료법은 환자의 사생활과 신뢰 보호를 위해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면 안 된다. 생명윤리법은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할 경우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서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규제가 있다 보니 병원이나 의료진은 각종 의료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 또는 예방법 제시를 포기한다. 더 나은 치료법을 내놓기 위한 노력은 불법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건강보험 이전과 책임에 관한 법'(HIPPA)으로 의료정보 정의는 물론 18개 항목의 삭제 후 동의 없이 사용 가능한 조항 등을 상세하게 제시한다. 일본도 2015년에 익명의 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지난해 차세대의료기반법을 제정, 국가가 인정하는 사업자는 비식별 조치와 가공을 허용했다. 우리는 지켜야 하는 법이 많은 데다 무조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옵트인 방식이다. 일본은 의료정보를 국가인증사업자에게 제공하고 여기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정리하고 가공한다. 가공된 정보는 제약회사, 연구기관에 제공돼 상업적으로 사용한다.

국내는 전자의무기록(EMR)이 활성화돼 그 어느 나라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 정밀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이 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 무조건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 규제는 정보 수집 시 동의에 집중됐다. 선진국이 오히려 앞단은 풀어 주고 오남용 등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과 반대다.

의료정보는 혁신 산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기반이다. 언제까지 개인정보 활용 동의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가 동의에 집착하는 사이에 미국, 일본 정밀의료와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국민 건강 증진도 후퇴한다.

김인순 SW융합산업부 데스크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