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갈팡질팡 교육자치...자사고 논란이 불신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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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라북도를 사랑하는 국회의원이라고 칭한 국회의원 20명이 성명서를 내고 평가기준 커트라인을 타 시도 교육청 수준으로 재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3월 전라북도를 사랑하는 국회의원이라고 칭한 국회의원 20명이 성명서를 내고 평가기준 커트라인을 타 시도 교육청 수준으로 재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11개 교육청 평가결과 11교 탈락고교 체제 개편 일지교육자치 현황문재인 정부 고교 체제 개편 계획

25일 상산고의 운명이 결정된다. 교육부는 이날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첫 지정취소 여부를 확정한다.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가 대상이다.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탈락 사태는 심사 과정을 두고 각종 고발장이 난무하는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전북 전주 상산고 학부모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직권남용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김 교육감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지정 커트라인을 80점으로 설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반대로 교사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 등 국회의원 151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상산고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11개 교육청 평가결과 11교가 탈락했다.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지정·취소를 하기 전 교육부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전북과 경기는 청문을 마무리하고 교육부에 지정 동의 요청을 했으며, 서울은 24일 청문을 진행했다. 부산은 지난 8일 해운대고 청문을 열었으나 파행 운영돼 23일 재개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자사고 재지정 문제는 교육청의 손을 떠난다. 최종 결정권자는 결국 교육부다.

교육부 결정에 시선이 집중된 이유다. '동의'와 '부동의'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자사고 폐지가 정부의 공약이었던 만큼 상산고에 대해 지정취소 동의를 할 것이라 전망한다. 또 다른 측에서는 커트라인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던 점과 수월성 교육으로 입지를 굳힌 점 등 때문에 상산고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부동의' 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부가 결정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조희연·김승환 교육감은 교육부가 부동의할 경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내년 역시 자사고 재지정 심사가 있다. 서울만 해도 현대고·휘문고·대광고 등 9곳이 재지정 심사를 받는다. 내년부터는 외고·국제고 재지정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특수목적고 재지정 결정을 내릴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말많고 탈많았던 '교육자치' 논란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마다 제각각, 교육자치인가 직권남용인가

상산고는 총 79.61점을 얻었으나 전북 자사고 지정 취소 기준점인 80점에 미달하는 결과가 나왔다. 학부모들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강원도에 있는 민족사관학교는 79.77점으로 강원교육청 재지정 기준 점수 70점을 넘어 심의를 통과했다. 민사고 역시 전북에 있었다면 지정 취소됐을 점수다.

학부모·졸업생 뿐만 아니라 전북과 연고가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자 지난달 27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김승환)는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교육감에게 돌려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도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하기 전에 교육부 장관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교육자치의 본질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유·초·중등 교육은 교육청이 관할하며 심사 기준 역시 교육청 몫이라는 것이다.

지역마다 다른 기준이 지역 교육 현실에 맞는 정책의 반영이라고 봐야 할지, 교육청의 권한 남용이라고 봐야할지 의견이 갈린다.

이 같은 권한 다툼에 대한 주장은 건건이 반복된다. 지난 정부에서도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교육청 간의 다툼이 있었다.

유초중등 업무는 교육청 소관이지만 사고가 터졌을 때에는 교육부가 총대를 메야 하는 일이 많다. 사립유치원 폐원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중앙과 지방의 온도차는 상당했다.

교육감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업은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도 있다. 학교의 IT 환경이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지만 심각성을 인지하는 차이는 크다. 경북과 제주 정도가 시범사업 등을 통해서라도 개선 방안을 찾고 있지만 다른 교육청은 정부의 재정지원만을 바라고 있다.

한 지역 부교육감은 “사실 교육청 업무에서 가장 핵심에 두는 일은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라면서 “공약에서 다룬 역점사업이 아니라면 다른 업무는 소외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정쩡한 교육자치가 문제 일으켜

교육부-교육청으로 이뤄진 거버넌스는 분권형 교육자치를 지향하지만 조직 측면에서 봤을 때 반쪽뿐인 교육자치다. 교육 자치와 학교 자치를 외치면서 교사는 여전히 국가직 공무원이다. 지방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교원 단체의 거센 반발로 추진조차 되지 못했다.

우동기 전 대구교육감은 “교육감이 됐을 때 전문직 장학사까지 모두 국가직이고 지방직은 '교육감과 비서같은 몇몇 행정직원 밖에 없었다”면서 “유동적으로 운영할 방법이 있지만 반대가 워낙 거세 문제 해결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징계권과 임용권 모두 교육부에 있다. 징계권은 교육청에 위임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학교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교장공모제도 겉돌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승진 위주 교장 임용에서 벗어나 능력 있는 교장을 공모로 임용한다는 취지에서 2007년 도입됐다. 교원단체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데다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 구성원 논의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교육청 역시 나름의 불만이 많다. 무상급식 문제도 중앙정부의 공약이었던 만큼 재정을 통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직 체계부터 어정쩡한 형태의 교육자치가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교육자치의 핵심은 학교자치인데, 학교 교장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너무 큰 차이가 난다”며 “이를 그대로 둘 수는 없고 어정쩡한 상태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교육위와 교육자치 거버넌스 정착될까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아 연내 설립은 힘들어졌으나, 초당적이고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위원회' 조직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의견은 유지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된 후 교육부는 대학과 평생교육, 사회관계장관회의 주재 부처로서 역할을 맡는다. 중장기적으로 교육청에 유초중등 교육은 완전히 이관해야 한다. 교육부 조직 자체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됐을 때에도 교육부는 정책을 총괄하고, 실제 사업과 교육은 교육청이 맡는 구조였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교육청으로 관련 업무를 완전히 이관할 수 있을까에 의문을 제기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현 구조에서 교육자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보완하지 않는다면 자사고를 비롯해 매번 논란이 될 것”이라며 “이런 상태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된다고 해도 교육부가 완전히 초중등 업무를 이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1개 교육청 평가결과 11교 탈락>(※음영, 전체 24교 중 11교, 46% 탈락)

[이슈분석]갈팡질팡 교육자치...자사고 논란이 불신으로 이어져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