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지식재산, 흔들리지 않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중심추

[특별기고]지식재산, 흔들리지 않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중심추

최근 일본에 의한 수출 규제 관련 사항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은 겉으로는 '한국에 대한 수출의 엄격한 관리'를 내세우며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 세 가지 종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전략물자 수출 시 절차를 간소화하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의 기저에는 규제 대상인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필름, 불화수소에 대해 일본 기업이 주요 특허와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 미국, 일본, 유럽 기준으로 각 소재 관련 출원된 특허 가운데 포토레지스트는 65.1%, 폴리이미드 필름은 55.3%, 불화수소는 33%를 일본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각각 9.1%, 38.4%, 5%에 불과한데 이러한 상황을 일본이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산업에서도 핵심 기술 및 특허 등 지식재산 확보에 소홀했다는 뼈아픈 반성과 함께 앞으로 우리나라의 발전 전략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관계 기관의 노력으로 지식재산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많이 확산됐다. 지난 4년 동안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과 실행에는 괴리가 있고,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지식재산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실 지식재산이 중요하다는 것은 막연히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나중에 물더라도 우선 베끼는 게 이득'이라는 관행도 남아 있다. 지식재산의 가치 및 보호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이고 이러한 인식이 현장에 착근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가 기술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정량 성과 창출이 아니라 지식재산과 R&D 연계를 통한 전략 접근 방식도 필요한 상황이다.

앞에서 언급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대 한국 수출 규제와 최근 미-중 무역 갈등 등의 사례를 보면 지식재산은 이제 특정한 개인이나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을 둘러싼 핵심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식재산은 급변하는 글로벌 여건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 통상무기화 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관련 지식재산의 선점을 둘러싸고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우리는 주요 R&D 사업 추진에서 특허 정보 분석을 기반으로 효과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미래 핵심 원천 기술과 지식재산을 경쟁국보다 먼저 선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산업·경제 전반에 걸쳐 지식재산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연구자, 기업, 일반 국민 대상으로 지식재산 인식 제고 및 현장 확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정부 부처, 기업 등 다양한 혁신 주체들이 정책과 사업을 추진할 때 지식재산의 창출·활용·보호 관점에서 전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마침 9월 4일은 '제2회 지식재산의 날'이다. 지식재산의 날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날을 기념해 지난 해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직지심체요절에 담긴 선조들의 정신, 1970~1980년대 이래 산업화를 일궈 온 도전정신의 맥을 이어 지금은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지식재산 강국'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나갈 때다. 거친 풍파를 헤치고 나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에서 지식재산은 든든한 중심추가 될 것이다.

구자열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공동위원장 master@ipkore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