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3>줬다 뺏으면 누구라도 기분 나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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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처럼 수많은 계약을 직접 체결해야 할 시점은 또다시 없을 것이다. 경험과 지식이 미숙한 창업 초 수행한 계약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다.

물론 사업이 번창해 대규모 거래를 수행해야 할 때가 계약 건수는 더욱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많은 계약 부분이 표준화돼 안정화된 시점이거나 법률 전문가 내지 법무팀을 두고 체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가 덜 발생한다.

창업 초기 과정에서 많은 창업가가 범하는 잘못이 '줬다 뺏는 것이다.' 줬다 뺏으면 안 준 것만 못하다. 일단 준 것을 돌려 달라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주지 않았을 때보다 더 큰 반감(反感)을 갖게 만든다. 일견 이러한 사실은 누구나 다 알 법한 내용이라 쉽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것처럼 행동하다 크게 감정을 상하게 만들기 일쑤고, 많은 기업 역시 소비자에게 과도한 프로모션을 약속하다 이를 지키지 못해 오히려 낭패를 보고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프로모션만이 아니라 사내 직원 내지 공동 창업가에게도 사전에 많은 것을 약속했다가 중간에 번복할 경우 동료와 직원들로부터 미움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상에서 설명한 심리 상태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일단 소유한 것에 더 큰 애착을 보이는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부존자원효과와 관련돼 있다. 부존자원효과는 자신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소유하게 된 것에 집착해 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 같은 부존자원효과를 실증적으로 규명해 준 실험이 그 유명한 머그잔 실험이다. 실험대상자에게 먼저 머그잔을 보여만 준 뒤 얼마에 팔 생각이 있는지 물어본다. 다음에는 동일한 실험대상자에게 해당 머그잔을 나누어 주고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해 준 뒤 얼마에 팔 생각이 있는지 다시 물어본다. 실험 결과 처음 지불 의사를 물었을 때보다 직접 만져보고 난 뒤에 물었을 때가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본인 소유의 물건이 아니더라도 신체 접촉이나 심리적으로 자신의 물건이라는 생각이 강화될 경우 해당 물건에 더욱 강한 애착을 갖게 됨을 확인해 줬다.

부존자원효과를 상거래 과정에서 적절히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은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뉴욕 맨해튼 5번가에 50층 이상 초고층 '트럼프 타워'를 올리고 싶어 했다. 해당 지역은 오래전부터 티파니 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지역에 초고층 빌딩을 올리려면 티파니 스토어가 보유하고 있는 공중권이 필요했다.

당시 티파니 사를 비롯한 해당 지역 건물주는 자신의 건물이 자칫 왜소해 보일 수 있는 초대형 건축 프로젝트를 원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선택한 전략이 '우리 인간은 무언가를 추가로 얻게 될 때보다 자신이 가진 걸 잃어버릴 때 더욱 가슴 아파한다'는 점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건축 설계업체에게 두 가지 조감도를 그리도록 요구했다. 하나는 티파니 스토어에 어울릴 만한 멋지고 우아한 50층짜리 건물 조감도였고, 다른 하나는 인근 건물주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뉴욕시 지역 개발국에서 지을 수도 있는 투박한 건물 조감도였다.

이 투박한 건물 조감도는 미적인 측면을 고려한 건축물이기보다는 벽면 전체가 벽돌과 철망으로 둘러싸여 있어 해당 거리 전체의 미관을 훼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두 조감도를 살펴본 티파니 사와 지역 건물주들은 트럼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존 건물주들이 잃어버리게 될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이들을 설득한 것이다.
세계 최고 협상 전문가이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협상 수업을 진행하는 리처드 셸 교수는 “협상에서 성공하고 싶은가? 그럼 내가 팔고 싶은 것을 상대가 먼저 자기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라. 그리고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느끼게' 만들어라”라고 했다. 이 언급 속에도 상대방에게 해당 물건을 먼저 보유한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요인임이 담겨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