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트렌드]“포차 안주도 집에서” 판 커지는 안주 HMR 시장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취향껏 음주를 즐기는 홈술·혼술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안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안주 HMR은 조리 과정이 번거로운 메뉴를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데우기만 하면 손쉽게 완성할 수 있고 보관 역시 용이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의하면 국내 냉동안주 HMR 시장 규모는 2016년 195억원에서 2017년 598억원, 지난해 960억원으로 2년 동안 약 5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올해는 최대 15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식품·유통업계는 이와 같은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안주 HMR 브랜드를 론칭하고, 안주류 제품군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안주야 제품 3종
안주야 제품 3종

대상 청정원은 2016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안주 HMR 브랜드 '안주야(夜)'를 론칭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청정원 '안주야'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500만개,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기준 전체 안주 HMR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대상 청정원은 국, 탕, 찌개 등 주식 위주 기존 HMR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안주 HMR을 선보이고 철저한 위생관리와 연구개발을 통해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한 것이 '안주야'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안주야 인기 제품은 서울 대표 맛집 '논현동 포차' 스타일을 콘셉트로 하는 '직화불막창'과 '직화무뼈닭발'이다. 해당 제품들은 막창과 닭발을 전문점 조리법 그대로 석쇠에 얹어 직화로 구워내 제대로 된 '불맛'을 구현했다. '직화불막창'은 매콤한 비법양념과 씹을수록 고소한 막창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고, 닭발의 쫄깃함을 그대로 살린 '직화무뼈닭발'은 화끈하게 매운 비법소스에 마늘양파기름을 사용해 향긋하고 깊은 맛을 더했다.

대상 청정원은 '안주야 논현동 포차 스타일'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안주야 합정동 이자카야 스타일' 시리즈 등을 추가로 선보이며 올해 기준 총 20여종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

최근 순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매운 맛을 배제한 제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신제품은 '양념 벌집껍데기'와 오븐에 초벌한 '돈막창' '소막창' 등 3종으로 구성됐다. 해당 제품은 에어프라이어 사용이 가능해 더욱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으며 양파나 감자 등 부재료를 더해 볶음밥을 만드는 등 각자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대상 청정원 관계자는 “집에서 편하게 음주를 즐기는 홈술·혼술족이 늘어나면서 다채로운 안주 HMR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안주 HMR 시장 리딩 브랜드로서 소비자 요구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만족도 높은 제품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원 심야식당
동원 심야식당

대상 청정원 '안주야' 성공에 이어 다른 식품업체도 본격적으로 안주 HMR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원F&B는 2017년, 안주와 야식을 통합한 냉동 HMR 브랜드 '심야식당'을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론칭 첫 해 매출액 48억원을 기록한 '심야식당'은 이듬해 매출액이 174억원까지 확대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오뚜기는 같은 해 냉동 안주 브랜드 '오감포차'를 출시한 이후 그 뒤를 추격하고 있으며, 올해 초 안주 브랜드를 추가 론칭한 아워홈은 지역별 야시장 명물 안주의 맛을 재현한 '야시장 안주 시리즈'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홈술·혼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편의점 대표 안주류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 1~5월 GS25 안주류 매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표 술안주인 마른 안주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반면, 삼겹살 구이나 껍데기 등 간편식 안주류(완전 조리 안주) 매출은 2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나혼자삼겹살'을 출시한 올해 1월을 기점으로 간편식 안주류 매출이 급성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혼자삼겹살'은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경우 냄새와 연기가 발생하고, 뒤처리가 번거롭다는 점에 착안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제품으로, 전자레인지에 1분만 조리하면 바로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 GS25는 '나혼자삼겹살'이 출시 당월 안주 HMR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자 나혼자족발, 나혼자닭갈비, 나혼자껍데기 등 총 4종 '나혼자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이기도 했다.

CU는 국내를 강타한 '마라 열풍'에 힘입어 매콤한 사천식 마라소스에 족발을 버무린 '마라족발'을 비롯해 마라만두, 마라탕면, 마라볶음면 등 다양한 마라맛 HMR을 내놓았다. 특히 '마라족발'은 출시 한 달 반 만인 지난 5월 냉장안주 부문 매출 1위에 올랐으며, '마라만두' 역시 5월 매출이 전월 대비 107.2% 상승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해외 음식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증가하면서 유럽 대표 먹거리도 HMR 형태로 출시돼 눈길을 끈다. 이마트24는 마늘향 가득한 올리브유에 새우를 볶아낸 스페인 요리 '감바스'와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헝가리식 스튜 '굴라시'를 각각 빵과 함께 구성해 선보였다. 헝가리에서는 굴라시에 송아지 고기를 주로 사용하지만, 이마트24는 맛은 살리면서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돈육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