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70>과학기술 법령체계 개정 생각 모아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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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70>과학기술 법령체계 개정 생각 모아 볼 때

지난해 1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등과 함께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 논의가 헌법 개정에 관한 분위기 전반과 꼭 맞물려 있던 것은 아니겠지만 2017년 이후 과학기술 혁신 관점에서 본 헌법 개정이라는 주제에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실상 올 2월에도 한국헌법학회가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헌법상 과학기술 관련 조항의 개정 필요성과 방향성이 다뤄졌다. 이를 포함해 지난 몇해 동안 논의는 대체로 '제127조 제1항'의 개정에 관한 것으로 모아지는 듯하다.

일반인에게 특별히 관심 대상이 되는 조문은 아닐 수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9장의 제127조 1항은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기조를 보여 주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조문이 과학기술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서 좁은 시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127조가 속한 헌법 제9장이 '경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것이 과거 개발 주도 경제 상황의 낡은 인식 틀을 여전히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는 사회문화 진보, 환경 보전, 삶의 질 향상 등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의 역할 속에서 그 가치가 인식되기를 바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취지에 관한 과학기술인의 생각을 가장 여과 없이 엿볼 수 있는 사례 가운데 하나는 2017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브릭)이 과학기술인 대상으로 헌법 개정과 관련해 의견을 물은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당시 2280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79%가 제127조 1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몇 가지 두드러진 점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당 헌법 조문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73%, '일정부분 동의한다' 6%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 과제 신청이나 선정, 결과 평가 등의 과정에 '해당 연구의 경제적 효과, 사회적 효과'를 설명해야 하는 관행이 이 헌법 조항과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고 한다.

결과부터 말하면 응답자들은 '과학기술 헌법 조항이 과학기술계 정책과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77%), '실제 자신의 과학기술과 관련한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69%)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127조 1항 개정 요구'가 과학기술계에는 논제의 근본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사안이 '127조 1항 개정'만 염두에 두면 되는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한 과학기술인 단체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정책의 인위 개입을 떠올리게 하는 '혁신' 대신 '북돋우고 조력하며 돕는' 의미의 용어를 채택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제안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과학기술 관련 모법으로 불리는 과학기술기본법 제1조에서 '이 법은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기반으로 조성해 과학기술을 혁신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라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는 점을 상기시킨다. 실상 이 조문 가운데 '과학기술을 혁신하고'를 '과학기술 혁신을 통하여'라고 개정함이 어떤가 하는 의견을 피력한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보고서도 있음을 볼 때 지향점은 같더라도 그 구체안에서는 차이가 보인다. 한번은 헌법을 포함한 과학기술 법령 체계 전반에 대한 생각을 모아볼 필요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