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신입은 왜 '프로펠러 모자'를 써야 할까

프레데릭 페르트 구글 최고혁신전도사
프레데릭 페르트 구글 최고혁신전도사

구글에 새로 입사한 '뉴글러'들은 인턴이든 부사장이든 프로펠러가 달린 모자를 써야 한다. 신입사원 환영을 담은 구글의 독특한 '리추얼'이다. 회사에 합류하게 되면 기존 인원들에게 질문할 일이 많은데, 시각적으로 이를 강조해 편히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한 조치다.

프레데릭 페르트 구글 최고혁신전도사(CIE)는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처럼 기업문화를 구체화하는 다양한 리추얼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리추얼은 작지만 일상적이고 유형적인 행동으로, 조직의 기억근육을 강화하고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파워풀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즐거운 일터 조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 문화 조성 근간이 되는 세 가지 가치로 '이용자 존중', '기회 존중', '서로 존중'을 표방한다.

페르트 CIE는 500명 이상 구글혁신전도사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창설해 이끌고 있다. 구글 아이디어 실험 창고 '더 거라지' 설립자이자, 구글 첫 번째 혁신 연구소 CSI:Lab 창립자다. 알파벳 및 구글 내 600여개 이상 팀이 이곳을 통해 연간 수백가지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있다.

프로펠러 모자 제도 외에도 독특한 구글 리추얼로 '아이디어 장례식'이 있다. 문샷 프로젝트를 이끄는 구글엑스는 그동안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를 재단에 마련된 관에 넣고 태우면서 함께 축하한다. 스페인 문화권 '망자의 날'에서 모티브를 따온 아이디어다.

페르트 CIE는 “망자의 날에 고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처럼, 살아남지 못한 아이디어에게 이별을 고하는 행사”라며 “오랫동안 노력한 아이디어를 버리는 것은 고안자 입장에서 마음이 많이 아픈 일이다. 감정 밸런스를 조절해 혁신을 계속할 수 있도록 조직에서 도와주는 의미”라고 말했다.

구글은 미팅 전에 '마음챙김' 명상도 진행한다. 구성원들이 모여 몇 분 동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유대감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멘트를 들려준다.

페르트 CIE는 구글 외에도 많은 조직이 리추얼 효과를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 럭비팀 '올 블랙'은 매 경기가 끝나고 나면 함께 라커룸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경기 승패나 홈 원정 경기 여부와 상관없이 인턴부터 코치까지 모두 참여한다.

일본 축구 대표팀 역시 2018년 월드컵에서 대패한 이후 라커룸을 청소하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페츠트 CIE는 “뉴질랜드 럭비팀은 경기에 앞서 소리 지르고 발을 구르는 '후카댄스'를 행하지만, 팀을 성공시키는 리추얼은 바로 라커룸 청소”라며 “조직 가치를 내재화하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드롭박스는 입사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나면 컵케이크 제작 키트를 선물한다. 입사하는 날 자신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가져와 팀원들과 나눠먹게 한다.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경험을 해보라는 의미다. 아마존은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 '미래 기사'를 쓰게 한다. 지금부터 1년 뒤 제품이 성공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생생하게 구현해 보라는 것이다.

페르트 CIE는 “크게 성공한 기업들은 반드시 이 같은 리추얼을 갖고 있다”며 “조직문화는 기업이 가진 가장 큰 자산 중에 하나, 바람직한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다음 리추얼은 어떻게 만들고 실행할까 늘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