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91>지역 주도 R&D로 만드는 혁신성장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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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
<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

코로나19가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등 온갖 사회·경제 난제조차 잊게 할 정도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러나 인류사회 발전 과정을 돌아보면 늘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는 발생했고, 새로운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갔다. 이것이 세계 각국이 기술 혁신에 노력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5년마다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정부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방향을 수립해 왔다. 국가 혁신 역량 강화를 통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사회문제의 효율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기술 혁신의 중요도를 반영하듯 올해 정부 R&D 투자 예산은 사상 최초로 24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무선통신 등 그동안 국가 주도로 집중 투자한 분야의 R&D 성과가 우리나라 주력 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

다만 국가 주도의 R&D 성과가 각 지역의 혁신 역량과 산업 경쟁력의 고른 향상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국가 주도 R&D 투자가 국가 혁신 역량 강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도권 등 특정 지역과 특정 기업에 성과가 집중돼 지역 간 산업·기술 불균형도가 커졌고, 특정 산업의 경기 여파에 따라 한 지역의 산업과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현실은 또 다른 단면을 보여 준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각 지역의 혁신 성장을 위한 토대인 R&D 사업에 대한 다양한 노력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 재정 특성상 자체 투자 확대보다 국비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문제점도 발생한다. 투자하고 싶은 분야는 많은데 가용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중앙정부 사업 유치에 주력하게 되고, 어느 순간 지역의 혁신 역량 향상을 위한 R&D사업이 지자체 간 국비 확보 경쟁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R&D 사업이 예산 확보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혁신 역량 향상을 위한 도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 주도 정책과 관리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지역이 하니까 우리 지역도 해야 한다는 비효율 경쟁 구조에서 탈피해 지역 스스로 자기 특성과 혁신 역량에 근거한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R&D를 도출, 성과 창출 중심 관리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부산은 이를 위해 지역 R&D 전담 기관으로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을 설립해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미래발전 전략과 산업 구조를 혁신시킬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R&D 사업을 발굴·기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지역 발전 전략에 기반을 두고 수립한 차년도 R&D사업 투자 방향과 지역에서 수행되는 R&D 사업의 분석 및 평가를 거쳐 부산시 R&D 예산을 배분 조정한다. R&D가 혁신 역량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효율 관리 체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부산 사례를 바탕으로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역 R&D 전담 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일에 확정된 '2021년도 정부 R&D투자 방향과 기준'에는 지역 R&D를 지역 수요와 특성을 고려한 지역 주도 R&D 체계로 개선하겠다는 투자 방향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역 스스로 혁신 성장 체계를 만들어 국가 혁신 역량 향상에 대한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 있는 지역 R&D에 대한 권한을 관리 역량을 갖춘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이관할 필요가 있다. 올해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은 지역 R&D는 지역 전담 기관이 관리할 때 효율이 더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장 kimbj@b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