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품은 신세계 대구점…'초대형 백화점' 전략 통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3대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 유치에 성공했다. 현재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인 샤넬까지 품을 경우 국내 백화점 중 여덟 번째로 3대 명품을 모두 보유한 특급 백화점 반열에 오르게 된다. 압도적 규모를 앞세운 '상권 1등' 전략이 효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대구 신세계 전경
대구 신세계 전경

20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대구 신세계에 문을 연다. 지난 17일부터 매장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다. 에르메스 매장은 루이비통 등 해외 명품 브랜드가 모여 있는 5층에 들어선다.

샤넬 역시 막바지 입점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에르메스 매장은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해 오는 12월 문을 열 예정”이라며 “샤넬은 담당 바이어가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시장은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이른바 '3대 명품'을 유치한 업체가 경쟁력에 우위를 점하는 구조다. 3개 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VIP 고객 확보는 물론, 매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국내 백화점 가운데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한 곳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대구점, 갤러리아 압구정점 등 7곳에 불과하다. 서울을 제외하면 지방에서는 부산과 대구 등 2개점에 그친다.

특히 신세계는 백화점 3사 중 점포수는 가장 적지만 3대 명품 입점 기준으로는 독보적 선두다. 대구점마저 3대 명품을 모두 끌어안을 경우 서울은 물론 광역시 거점에서도 명품 백화점 입지를 다지게 된다.

3대 명품 매장 유치는 백화점 수준을 판가름하는 척도일 뿐 아니라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신세계백화점 기존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감소했을 때도 해외명품은 10% 신장에 성공했다. 작년에는 명품 매출 신장률이 무려 29%에 달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샤넬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샤넬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에르메스가 신세계 대구점을 택한 이유는 압도적 규모와 입지, 상징성 때문이다. 신세계는 지역 거점마다 규모를 키운 초대형 전략을 고수했다. 국내 매출 1위 백화점인 신세계 강남점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에서도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현대보다 한 발 늦게 출점했음에도 지역 랜드마크 자리를 꿰찼다.

특히 2016년 출점한 대구 신세계의 경우 지난해 매출 7970억원으로 지역 최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3대 명품을 보유한 인근 현대백화점과 달리 루이비통만 입점해 VIP 발길을 이끄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신세계의 에르메스 입점으로 양사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발생했다.

통상 3대 명품은 상권에 따라 오픈하는 매장 수를 제한한다. 지방에는 지역 내 매장을 1개로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백화점에 입점하면 다른 백화점에는 입점하지 않는 식이다. 앞서 부산에서는 신세계 센텀시티가 들어선 이후 인근 현대백화점 부산점에 있던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샤넬 매장이 줄줄이 철수한 바 있다.

명품업계는 대구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재현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에르메스가 신세계에 새 매장을 내는 만큼 인근 현대백화점 대구점 매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샤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럴 경우 영남권 명품 수요는 신세계가 독식하게 된다.

다만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의 3대 명품 매장 운영은 변동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의 에르메스 신규 입점과 상관없이 현대백화점 대구점 매장은 정상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