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환기방역이 생활방역 성공의 관건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생활 속 거리 두기, 즉 생활 방역의 기준으로 정한 △1일 평균 신규 환자 50명 미만 △감염 경로 불명 사례 5% 미만 △집단 발생 수와 규모 △방역망 내 관리 비율 80% 이상 유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1일 신규 환자는 50명을 넘나들고, 감염 경로 불명 사례는 지난 7일 8.7%까지 상승했다.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은 80% 이하이다.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전염시키는지 보여 주는 재생산지수도 1을 넘어섰다. 방역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행히 해결 가능성은 있다. 지난 1일 발간된 의학저널 랜싯에 따르면 △1m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로 4.9배 △마스크 착용하기로 5.6배 △눈 보호하기로 2.9배 등 감염 차단 효과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1m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만 해도 27배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밀폐·밀집·밀접 장소를 피하고 마스크만 착용해도 생활 방역은 성공할 수 있다.

클럽이나 교회 소모임 등 밀집·밀접 접촉은 피한다고 해도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밀폐된 식당, 카페, 주점 등 요식업소는 문제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먹고 마시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고 모든 요식업소의 영업을 정지하면 생활방역의 의미가 퇴색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대책은 환기방역이다. 요식업소 실내를 충분히 환기해 주면 감염 위험은 낮아진다. 문제는 여름철 냉방 가동이다. 환기를 위해 문을 열자니 냉방이 잘 안 되고 전력 피크도 우려되며, 닫자니 방역이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한 방법은 열회수 환기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안에서 나가는 공기의 열을 회수해서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원리다. 공기 청정 환기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방역 환기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청정 환기에 비해 방역 환기는 몇 배 더 자주 실내공기를 바꿔 줘야 한다.

현재 열회수 환기장치의 학교 보급 사업이 필터 인증 문제로 중단돼 있다. 냉·난방 시기에는 외부 공기가 청정한 편이고 필터 없이도 방역은 되기 때문에 필터 탈·부착형으로 조기에 보급되기를 바란다. 요식업소들은 자율적으로 설치하되 지방자치단체나 협회 등이 방역 인증을 해 주거나 세제 또는 금융 혜택을 줄 수도 있다. 에너지 고효율 기기 사용에 따른 지원도 가능하다. 올 가을에 있을 2차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이번 여름에 집중 설치하는 것이 좋다.

룸 형태의 요식업소나 노래방 같은 곳은 좁고 밀폐돼 있어 환기 장치보다는 비말 제거기가 필요하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공기 중에 10여분 머물면서 전파되기 때문에 공기청정기와 유사하게 이를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면 식사를 하면 사람 사이에 투명막을 설치해서 1차 비말 차단을 한다. 나머지 공기 중에 퍼져 있는 비말을 흡수·멸균하도록 전기 필터 막을 장착한 환기용 선풍기가 천장에서 소독된 공기를 내려보내 감염자로부터 안전한 구역을 형성한다. 이런 비말 제거 팬을 탁상용으로 설치하면 다중시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미세먼지 발생을 막지는 못해도 공기청정기로 실내공간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것과 같다.

열회수 환기장치와 비말제거기를 이용한 환기방역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보건산업진흥원이 긴급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시급성을 고려해 어떤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환기방역은 국내 시장 규모만 1조원대로 추산되고, 세계 최초로 추진되는 신 방역 개념이기 때문에 'K-방역'을 한 차원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생활방역 성공 관건으로 방역과 경제를 모두 잡을 열쇠가 될 것이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ctrim@ke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