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기각…법원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부회장은 2년 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영장 기각에 대한 소감 등을 묻는 질문에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면서 “향후 검찰 수사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4일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검찰은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부회장 측이 소집을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기소 여부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달라며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부의심의위원회는 검찰시민위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으로 꾸려진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내리는 기소 여부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결정 방향에 따라 향후 수사와 재판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