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기밀까지 포함될라"...기업, 과세정보 공유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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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공정위에 과세정보 6종 제공
정보 공유 범위·절차 비공개 진행
세무조사 결과 등 기밀유출 우려
과세당국-납세자 신뢰 훼손 지적

국세청이 과세정보 6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 속앓이가 예상된다. 정보 공유 범위와 절차가 비공개에 부쳐지면서 납세자 권리 보장 취지마저 훼손될 우려가 나온다.

국세청은 지난달 30일 국세정보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1월부터 사익편취행위, 부당내부거래 등 불공정행위 감시에 필요한 과세정보 6가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세기본법 개정에 따라 공정위 등 행정기관이 과징금 등을 부과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할 때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은 공정위와 자료 제공 범위 및 절차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사용목적에 맞는 범위에서 과세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다른 사정기관에 자료를 넘기면서도 정보 내용이나 절차에 대해선 함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보에 대해서는 상세히 말할 수 없다”면서 “공유되는 자료 대상도 기업들에 통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과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누설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과세정보 공유를 거부해왔지만 관계부처 활용도를 높이는 차원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

과세자료는 납세의무 이행을 위해 '자진 신고'한 자료인 만큼 신고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국세행정기관과 납세자 간 신뢰를 훼손한다는 입장이었다.

과세자료는 국민이 납세의무 이행을 위해 '자진 신고'한 자료다. 이를 신고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국세행정기관과 납세자 간 신뢰성 문제도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과세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가 보장되지 않으면 자발적 협력을 근간으로 하는 세무행정 기반이 무너진다”고 지적한다.

공정위로 공유되는 과세정보에는 자금흐름, 거래 상대방, 제조원가, 연구개발, 인건비, 매출이 포함된다. 심지어 세무조사 결과 등 영업상 비밀자료가 포함될 수 있다.

과세정보 공유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추진하던 사안이기도 하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조사의 성패를 가르는 자료 수집이 한층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과세자료는 공정위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모 및 총수일가에 귀속되는 이익 규모 등을 파악하고, 기업의 거래내역 등 자료를 얻게 돼 부당지원행위 및 사익편취행위 혐의 포착이나 정상가격 산정, 과징금 부과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협조를 구해서 기업으로부터 자료를 받는 공정위는 부당지원행위 및 사익편취행위(일감몰아주기)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10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2014∼2019년 5월) 부당지원행위로 제재된 후 소송이 제기돼 법원 확정판결이 난 12건 중 공정위가 승소한 경우는 3건에 불과하다. 5건은 공정위가 완전 패소했다. 패소한 것은 모두 정상가격 산정 및 부당성 입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광범위한 과세정보가 행정기관 등에 공유되면 과세정보 기밀유출과 별건조사·임의사찰 등으로 납세자 권리가 침해되고 과세당국 신뢰가 훼손되는 등 신고납세제도체제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규 과세정보 제공 사례(자료:국세청)

"영업기밀까지 포함될라"...기업, 과세정보 공유에 '속앓이'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