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언택트 시대, e스포츠의 새로운 가능성

[콘텐츠칼럼]언택트 시대, e스포츠의 새로운 가능성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공연과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종교 활동이나 친구와의 만남 또한 자제하는 등 모든 일상이 언택트로 변했다. e스포츠는 삭막해진 일상 속에서 작은 위안이자 언택트 시대에 주목받는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으로 진행되는 국내 e스포츠 프로 리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온라인 경기를 처음 시도, 성공리에 대회를 치러냈다.

지난 2월 초 무관중으로 개막한 'LCK 스프링'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초 잠정 중단됐지만 19일 만에 재개됐다. 온라인 리그로 대회 방식을 선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동안은 LoL파크라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에서 진행됐지만 온라인 경기는 각 팀 숙소에서 온라인을 통해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를 위해 라이엇게임즈는 모든 팀을 대상으로 대회 진행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확인했으며, 한국e스포츠협회는 심판을 각 팀의 경기 공간에 파견해 대회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운영했다.

그 결과 LCK 스프링은 역대 온라인 시청자 수 최다를 기록했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LCK 스프링은 지난해 대비 일 평균 순시청자 수가 13.4% 증가한 463만여명이었으며, 일 평균 최고 동시접속 시청자 수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4% 증가한 82만여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62%(약 51만여명)가 해외 시청자로 파악됐다.

지난 5월 넥슨의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도 잠시 중단됐지만 곧 무관중으로 재개돼 '한화생명e스포츠'가 우승까지 차지했다. 문호준 선수가 정규 리그 통산 13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는 장면이 온라인 각 플랫폼으로 생중계됐다.

타 스포츠 리그가 조기 종료되고 개막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e스포츠는 디지털에 최적화된 특성을 살려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국내외에서 유의미한 지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e스포츠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했다. 바로 온라인으로 국제대회를 진행한 것이다. 라이엇게임즈는 한국과 중국 리그의 상위 4팀씩 참여하는 '미드 시즌 컵'을 개최했다. 일종의 온라인으로 맞붙는 한-중 클럽 대항전이었다.

펍지주식회사도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펍지 콘티넨털 시리즈1 아시아'를 온라인으로 치러냈다. 이 대회는 애초 글로벌 규모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계획이었지만 그 대신 4개 권역별 대회로 대체됐다.

아시아 지역 대회는 2주 동안 나흘에 걸쳐 진행됐으며, 한국·일본·중국·대만의 16개 팀이 참가해 오프라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현재 e스포츠는 온라인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고 있다.

그동안 e스포츠는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사상 처음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이례의 관심을 받았고,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e스포츠앤게이밍 리에종 그룹'(ELG)을 조직해 e스포츠 종목화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후속 대회 개최 등 가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또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안(ICD-11)을 통과시키면서 게임 및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e스포츠는 새로운 스포츠이자 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또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일부 사람만 즐기는 하위 문화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와 새롭게 열린 언택트 시대에 대중이 즐기는 매력 넘치는 콘텐츠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장 변화하지 못한 것은 e스포츠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아닐까 한다. e스포츠가 계속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긍정 시선과 열린 마음을 바라본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kch@e-sport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