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대면' 진료를 지원하는 '비대면' 의료

[미래포럼]'대면' 진료를 지원하는 '비대면' 의료

코로나 팬데믹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서비스를 촉진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진전의 폭이 넓고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면 진료라는 기본 원칙 아래 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해관계자의 중지를 모아 가닥을 잡아야 할 판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설근로자를 해외에 파견한 국내 기업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경우 현지 의료 수준이 낮은 데다 현지인에게 밀려 의료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 등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도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소규모 지역사회 집단 감염과 중동 지역 등 해외유입을 통한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내 감염 우려도 여전히 높다. 코로나19가 할퀸 상처는 의료인과 환자는 물론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헬스를 통한 비대면 의료가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한편 지원하는 도구이자 수단으로서 유의미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감염병 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 재택환자 의료서비스 분절 등 의료 사각지대가 생기는 상황에서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 높게 운용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디지털헬스 개입에 관한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여러 권고안을 제시했다. 디지털헬스가 의료 접근 장벽을 해소할 잠재력이 있지만 무엇보다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수준에서 비대면 의료의 범위는 제한되고 보조 성격이다. 자유자재로 비대면 수술이 진행되는 시나리오는 공상 과학에 가깝다. 비대면 의료가 대면 진료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의사와 환자 간에는 대면 진료가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해외 현지의 제한된 의료 자원과 척박한 의료 인프라 환경에서 속수무책으로 감염병 공포에 발 묶인 재외국민의 절박한 상황을 목도했다. 국내에 있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감염병 공포로 환자는 의료기관을 쉽게 찾지 못했고, 원내 감염 공포는 대형 병원보다 동네 의원에 더욱 심각했다.

정부의 전화 진료 한시 허용으로 청구 건수가 수십만 건에 이르는 현 상황은 비대면 의료의 효과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대면 의료를 전화 진료 수가에 적용하는 게 적합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대면 의료처럼 새로운 의료 기술이나 수단의 경우 국민 편익, 보건의 질 향상과 더불어 의료인의 경제 이익을 보장하는 형태가 돼야 시스템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 의료는 의료인에게 동네 단골 환자를 관리하는 고객관리 도구로, 코로나19 시국에서 경제 이익을 보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인 단체가 주도해서 비대면 의료를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비대면 의료에 따른 부작용과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우려는 종별 역할 분담을 통해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병원급의 경우 4대 중증질환으로 제한하고 동네 의원은 질환에 한정하지 않되 의사 면허당 처방 건수, 처방 일수 제한 등 조건을 두는 등 보수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면 진료라는 기본 원칙 아래 필요하다면 BCG 유료 접종처럼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비급여로 비대면 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 전향 검토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대면 의료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소비 패턴 변화를 기반으로 의료인과 환자의 선택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 sj.song@lifesemantic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