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현장을 가다]<상>원격수업에서도 빛난 고교학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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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논산대건고 교사가 빅데이터 분석 수업을 실시간 양방향 온라인 수업으로 하고 있다.
학생이 참고해야 할 코딩 프로그램은 끊김없이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도록 유무선 인터넷을 모두 이용했다.
<김현수 논산대건고 교사가 빅데이터 분석 수업을 실시간 양방향 온라인 수업으로 하고 있다. 학생이 참고해야 할 코딩 프로그램은 끊김없이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도록 유무선 인터넷을 모두 이용했다.>

자체 개설한 선택과목 때문에 EBS 강좌에 의존할 수 없었던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이들 학교 교사는 오히려 혹독한 연수과정 때문에 보다 빠르게 원격수업에 적응할 수 있었다. 원격수업을 하면서 공동교육과정이나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위한 보충지도의 해법을 찾기도 했다.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초점을 맞춘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가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오프라인 수업을 단순히 온라인 수업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원격수업을 하면서 학생 맞춤형으로 전환한 것이다. 전자신문은 미래교육으로 한 발짝 먼저 다가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현장을 찾아갔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2년차 논산대건고는 등교수업이 제한된 와중에도 모든 교사가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학생과 실시간 소통했다. 학생의 이해도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토론 아카데미까지 하면서 학생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웠다.

고등학교 2학년 독서 수업 시간. 교사는 실시간 영상수업을 연결해 학생들이 읽고 토론할 지문을 띄운다. 학생들은 지문을 읽으면서 미리 교사가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놓은 개별학습지 파일을 열어 질문에 답을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지에 답을 하는 동안 틈틈이 학생 파일을 같이 열어본다. 커서가 학생이 어느 부분을 읽고 있는지까지 알려준다. 한동안 움직임이 없으면 답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비밀댓글 기능으로 답안 힌트를 주면서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한다.

영상으로 실시간 연결했다고 실시간 양방향 수업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공유 프로그램이나 퀴즈 프로그램 등 다양한 툴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학생의 학습을 실시간으로 돕는 것이 실시간 양방향 수업이라고 했다. 1학기부터 콘텐츠 중심 수업과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융합해 이제는 모든 교사가 능수능란하게 실시간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2학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각 학교에 실시간 양방향 수업 확대를 포함한 방침이 갑작스레 전달됐지만 논산대건고는 동요하지 않았다. 지침이 새로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4월 온라인 개학과 함께 실시간 수업을 준비했다. 원격수업 시작 전 5일 동안 모든 교사가 최소 14시간에 달하는 연수를 받았다. 교육 앞에 디지털 격차는 있을 수 없었다. 스마트기기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교사는 보다 많은 연수과정을 들었다. 익숙한 교사는 한발 나아가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고민했다.

원격수업을 해보니 수학 같은 과목은 판서를 할 수 있는 펜 방식의 태블릿PC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학기 내내 태블릿PC 품절사태가 있었지만 논산대건고는 동나기 전 일찌감치 주문했다. 이제는 모든 교사가 최소 두 대의 기기를 이용해 원활한 수업을 한다. 하나는 자료를 띄우고 하나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용도다.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일찌감치 준비한 것은 선택과목 콘텐츠 때문이었다. 모두가 EBS와 e학습터 수업 콘텐츠를 우선 활용했지만 고교학점제 학교는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었다. 학생의 수요를 반영해 새로 만든 과목 중심이기 때문이다. '경제수학' '고전이해' '수학과제탐구'처럼 생소한 수업 이름이 즐비하다. 결국 교사들의 몫이었다.

촬영 양해를 구하는 교사의 간단한 질문에 학생은 줄줄이 답을 이어간다. “우리선생님 최고에요”라는 장난을 칠 만큼 편하게 수업한다. 이는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교학점제 난제를 푸는 데 원격수업을 이용하는 학교도 많다. 경기도 오산 운암고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위한 보충지도에 원격수업을 활용한다. 보충지도 대상 학생은 '기초학력 부진'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거부감을 갖기 마련이다.

원격수업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운암고를 졸업한 대학생이 멘토로 나선다.

과외 교사처럼 3~4명 학생을 지도한다. 국영수만 시작했는데, 반응과 효과가 좋아 중간고사 이후 사회와 과학 과목까지 보충지도를 확대하려고 한다.

멘토 역할을 자처한 대학생은 온라인 수업으로 이동에 대한 부담이 없어 더욱 적극적이다.

온라인 수업을 도입하면서 소인수 과목에 대한 걱정도 해소됐다. 오프라인 수업은 학생이 원하는 선택 과목을 열어주고 싶어도 수강학생이 적으면 폐강해야 했다.

경기도가 지원한 '꿈의 대학'은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도 이 문제 때문에 여러 학생들이 듣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는 5시 이동은 큰 부담이다. 내년부터는 온라인으로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고교학점제 선택 과목 설명회도 호응 속에 열렸다. 새로 시작하는 제도인데다 학생이 선택과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학부모와 그렇지 않은 학부모와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교과 시간 내에 열리는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하니 저녁 늦게라도 영상을 꼼꼼히 들은 학부모의 질문이 쏟아졌다. 학부모의 관심 속에 학생들은 선택과목을 자신있게 선택할 수 있었다.

이명숙 운암고 교사는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선택과목 개설이었다”면서 “온라인을 통해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설명회를 듣고, 단 두세 명이 선택한 과목도 다른 학교와 공동과정을 통해 개설할 수 있어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과학 선택과목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운암고 교사
<실시간으로 과학 선택과목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운암고 교사>
운암고 교사가 온라인 실시간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운암고 교사가 온라인 실시간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운암고 학생들은 1학년부터 본인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나선다. 1학년 전체 대상으로 해서 대학과 연계해서 학과 탐색 프로그램을 운영 한다. 진로캠프도 모든 1학년 학생이 참여한다. 방과후에는 옆 학교를 찾아 원하는 과목을 듣기도 한다. 운암고는 이번에 기계공학과 진로설계 두 과목을 개설했다. 옆 학교인 성호고등학교는 광고홍보, 펫 케어, 진로설계 3개를 운영한다. 6~7개 학교가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힌다. 온라인이 이런 공동교육과정 운영에 큰 힘이 된다. 종례 끝나면 5시 차막힐 때, 어디를 가고 하는게 어렵다. 안전 문제도 생기고. 8~9시 끝나니까. 방과 후 다른 학교로 이동하는 부담 때문에 참여율이 낮았지만 온라인을 통해 시공간 제약없이 소인수 수업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학교는 기대했다.

장희식 운암고 교육혁신부장은 “경쟁보다는 성장을 중시하고, 능력보다는 존엄, 핵심역량 협업능력 창의력으로 가는 제도가 고교학점제”라면서 “온라인을 통해 학교 울타리를 넘어설 수도 있다. 미국이나, 중국과도 연결하고 다문화나 소외 청소년도 품어안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공동기획:한국교육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