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피엔스 시대]서울대 AI연구원, 다학제적 접근으로 'AI 학습능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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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피엔스 시대]서울대 AI연구원, 다학제적 접근으로 'AI 학습능력' 키운다

서울대 인공지능(AI) 연구원(AIIS·원장 장병탁)은 지난해 문을 열었다. 기계학습이 딥러닝 단계에 도달하며 기계도 인간과 대등한 정도로 학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수준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서울대 AI연구원은 인간 수준 AI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전 분야에 걸친 우수 인력과 기술을 보유한 강점을 살려 다학제적으로 접근한다. 학습과 추론, 언어와 인지, 로보틱스와 행동, AI칩, 시각과 지능, 데이터지능, 뇌인지 인간과 AI 상호작용 등 융합을 통해 새로운 학습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추구한다.

“어린아이의 인지발달과정을 모방해 AI를 학습시키고 AI가 TV 드라마를 이해하고 인간처럼 반응하게 하는 것이 서울대 AI 연구원의 지향점입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

장병탁 원장은 AIIS를 우리나라 최고 인재가 모여 AI를 연구하고, 다양한 학문을 실생활에 접목하기 위해 연구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AIIS는 이를 위해 보다 진화한 AI 플랫폼을 모색 중이다.

대표 연구 과제는 '비디오 튜링 테스트'와 '베이비마인드 프로젝트'다. 기계는 긴 문장을 듣고 이해하지 못한다. 시중에 퍼져있는 AI스피커는 1~2분 정도 긴 문장에는 대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을 내놓기 일쑤다. 기계가 이야기 맥락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두 프로젝트다.

◇드라마 이해하는 AI 지향

비디오 튜링 테스트는 동영상을 이해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연구다. 튜링 테스트는 영국의 수학자 엘런 튜링이 1950년 제안한 인공지능 시험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비디오 튜링 테스트는 연속된 이미지 속에서 의미 있는 행동을 감지하는 컴퓨터 비전 연구, 언어를 실생활 수준에서 이행할 수 있는 언어 지능, 의미 있는 소리와 대사를 구분하는 청각 기능, 시간적 흐름과 시간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종합적으로 갖춘 AI를 만들려는 시도다. MIT, 스탠퍼드대, 독일 베를린공대 등이 합동과제로 추진 중이다.

해당 연구는 초기 단계다. 서서히 기초단계에서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경무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폐쇄회로(CCTV)처럼 영상 해상도가 낮을 때 주변 사물들을 인지해서 해상도 높게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율주행차를 만들 때 차에 붙은 AI가 빨리 지나가는 사물이나 사람을 순간적으로 보고 무엇인지 인지해야 하는데 이를 예측·판단하도록 돕는다. 비디오 튜링 테스트 프로젝트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이해를 결합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냈다. 김 교수는 지난 7월 AI가 사람이 자연어로 명령하는 것을 이해하고 옷을 디자인을 하는 챌린지에서 우승했다. AI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시각과 언어를 결합한 시도다.

이 같은 연구는 AI가 물체 이미지만이 아닌 영상 흐름을 이해하고 인지해 판단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서울대 AI연구원 조직도
<서울대 AI연구원 조직도>

◇모라벡의 역설을 깬다

베이비 마인드 프로젝트는 인간 학습단계를 AI 학습에 적용한 것이다. 0~24개월 영아는 눈, 귀, 입, 손, 발, 뇌 등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고 학습한다. 오로지 외부 정보 인식을 센서와 계산에만 의존하는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이다. AI가 세계 최고 체스나 바둑 전문가를 능가했지만 한 살짜리 수준의 운동 능력이나 지각을 갖춘 기계를 만드는 일은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모라벡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진화에서 찾았다. 그는 감각·운동 능력은 수백만년 동안 진화를 통해 인류와 동물에게 탑재된 것으로 본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베이비 마인드 프로젝트의 과제다. 장 원장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서 이 분야를 주도한다. 장 원장은 로봇의 인지기능 확장에 로봇을 활용한다. 실제로 장 원장은 로봇에 인지기능을 프로그래밍해 미션을 수행하는 국제 로봇대회 '로보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일본이 월드컵을 겨냥해 만든 월드로봇서밋(WRS)에서도 1등을 했다. 그는 로봇에 인지 기능을 입히면 인지기능을 보다 빠르게 습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각과 청각을 가진 로봇이 물체를 집는 과정에서 감각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장 교수는 다양한 물체를 인지하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상자에 물건 담기를 시연했다. 촉각을 가진 로봇을 만든 것이다.

조규진 기계공학과 교수는 장애인 의도대로 움직이는 AI 소프트 장갑 '엑소 글로브 폴리 Ⅱ'를 개발했다. 환자가 카메라가 달린 안경과 글로브를 착용하고 컵을 바라보면 컵을 안정적으로 쥘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안경에 달린 카메라에 탑재된 AI 시스템이 컵을 영상으로 인식하고 컵을 쥐는 동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엑소 글로브 폴리 Ⅱ에 부드럽고 정교한 움직임을 명령하는 식이다. 이를 AI에 활용·접목하면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장 원장은 공학만 적용한다고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학습을 하듯 공학, 의학, 생물학, 심리학, 음악 등 다양한 학문이 결합해야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AIIS가 다학제적 연구를 시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 원장은 “AIIS에서는 단순히 공학으로만 AI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다학제적 방식으로 접근한다”면서 “AI가 발전하는 과정이고 나아가 AI를 통해 다른 학문에 새로운 분야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